"수요 약화 전망 틀렸다" 한달새 13% 오른 브렌트유…90달러 찍나 [오늘의 유가]
허리케인 베릴 리스크 해소되고
미국
·독일 경기 둔화 지표에도
차익실현 뚫고 소폭 상승한 유가
"美 정부 수요 전망 하향편향돼"


국제 유가가 4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에 따른 공급 우려가 해소되고 국제 원유 수요는 둔화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했다. 지난 4월부터 두달 넘게 시장을 지배한 수요 약세 내러티브를 털어내고 투자자들이 랠리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만기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0.21% 오른 배럴 당 84.06달러에 거래됐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 가격은 0.09% 상승한 87.43달러를 기록했다. 한달 새 WTI 가격은 14.75%, 브렌트유는 12.8% 올랐다.

두 유종 모두 전날 1% 가까이 상승했음에도 차익 실현 압력을 뚫고 소폭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수요 약화 전망 틀렸다" 한달새 13% 오른 브렌트유…90달러 찍나 [오늘의 유가]
공급 측면에서는 초대형 허리케인 '베릴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립허리케인센터와 미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을 인용해 "베릴이 미국 연방 해역의 주요 시추 지역과 플랫폼을 비켜가면서 멕시코만 석유·가스 생산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날까지 베릴의 이동 경로에 포함돼있던 셸의 페르디도, 엑슨모빌의 후버, 옥시덴탈페트롤륨의 붐뱅 등 유전을 베릴이 빗겨갔다는 것이다. 전날 글로벌 석유회사 쉘은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최고 강도 허리케인 베릴에 대비해 멕시코만 페르디도에서 일부 시추 작업을 일부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요 측면에서도 전날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원유 재고 감소 이외에 뚜렷한 재료가 없었다. 오히려 전날 공개된 6월 미국 ISM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는 48.8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PMI가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돼 석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ISM PMI는 2023년부터 줄곧 50 이상이었으나 지난 4월(49) 15개월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최대경제국 독일의 경기를 나타내는 5월 산업수주도 전월 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4일 발표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탠턴의 한 유전에서 오일 펌프 잭이 작동되고 있다. /AFP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스탠턴의 한 유전에서 오일 펌프 잭이 작동되고 있다. /AFP
이처럼 상승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유가가 오른 것은 향후 원유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바뀐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날 "월스트리트에서 유가 랠리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브렌트유 랠리가 지속돼 오는 8일 유가가 배럴 당 88.30달러를 찍고, 앞으로 9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의 자체 가격산정 모델에 WTI-브렌트유-두바이유 간 가격 차이와 기술 지표 등을 대입한 결과다.

원유 시장은 지난 4월 미국 휘발유 수요가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다는 EIA의 발표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SC는 지난 24달 중 22달에 실제 휘발유 수요가 추정치를 초과했고 디젤 등 증유 수요는 24개월 동안 모두 상향조정됐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의 연료 수요 추정치가 하향편향됐다는 지적이다. 4월 휘발유 수요 역시 EIA의 추정치가 낮아서 실제 수요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SC는 예측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