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엑스와이지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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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굴에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뚜렷한 이목구비, 화면 밖에서도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 지혜원은 실제로 마주한 순간부터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 연출을 맡은 배현진 감독이 "걸어들어오는 순간 윤헤라라 해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게 바로 납득이 됐을 정도.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자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지혜원이었다. '하이라키'가 넷플릭스 TOP10 선정 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른 것에 기뻐하며 "해외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달아주는 댓글을 '전역하기'로 다 눌러본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헤라의 옷과 소품들이 너무 비싸 '이게 다 얼마야?' 생각하기도 했다. 샤넬백이 망가질까 진땀 흘리며 모시고 앉았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에 비밀을 품고 입성한 전학생이 그들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하이틴 스캔들을 그렸다. 지혜원이 연기한 윤헤라는 갖고 싶은 건 모두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질투의 화신이자 어릴 때부터 부모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없이 자라온 인물이다. 지혜원은 평생 갖고 싶었던 리안(김재원 분)을 향한 집착, 리안을 가진 재이(노정의 분)에게는 질투와 열등감 등 다채로운 감정선을 생동감 넘치게 연기하며 "윤헤라 그 자체"라는 평을 받았다.

"'하이라키' 오디션이 꽤 크게 진행돼 제 친한 친구들도 모두 봤어요. 그래서 저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1차 오디션을 갔을 때부터 헤라 역활이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하고 싶더라고요.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어요. 경쟁률을 숫자로 듣진 못했지만, 약하진 않은 걸로 알아요.(웃음)"
/사진=엑스와이지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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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헤라와 '찰떡'이지만, 성격은 '정반대'라는 지혜원이었다. 2019년 KBS 2TV '저스티스'로 데뷔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KBS 2TV '어쩌다 마주친, 그대'까지 꾸준히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지혜원이 '하이라키'로 주목받은 것에 주변 사람들은 응원하면서도 "너랑은 완전히 달라 더 재밌게 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내주고 있다고.

'하이라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대 진입 장벽이 '항마력'이라고 불릴 만큼 공고한 세계관 속에 극적인 캐릭터 설정과 사건들이 이어진다. 지혜원도 "대본을 봤을 때 '자, 환영파티를 시작해볼까' 이런 대사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 지 어렵게 느껴졌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런데도 본능적인 끌림이 있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도 충격적인 요소들이 있었고(웃음), 그래서 이 역할은 자연스럽게 하려고 하면 더 웃길 거 같더라고요. 너무 모순적인 상황이 될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아예 헤라라는 캐릭터 속으로 몰아붙였어요.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자랐고, 이 친구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니 어색함이 덜했어요. 봐주시는 분들도 그런 캐릭터성을 봐주시고, 넘어가 주시는 거 같아요."
/사진=엑스와이지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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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키'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교제한다거나, 집단 괴롭힘 등이 다소 자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혜원은 "납득이 안 됐다면 어려웠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캐릭터적으로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라의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질투에 "저도 헤라가 리안이를 정말 사랑했는지, 그의 환경 때문인지 헷갈렸다"며 "그런데 결국 리안이의 주변 상황과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없었더라면 헤라가 과연 리안이를 좋아했을까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라가 마냥 미워 보이지 않도록 고민했다"고 전했다.

"헤라가 하는 말은 못되게 하고 미운데,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워 보이고, 납득이 되도록 보여드려야 하는 점이 어려웠어요. '미운 걸 덜 밉게 하겠다'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보이도록 하려 했죠. 저는 원래 대본을 굉장히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오히려 덜 보고, 행동이나 제스처를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미드 '가십걸'의 블레어를 많이 참고했어요. 블레어도 못됐지만,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최선을 다했고, 또 지혜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하이라키'였다. 그만큼 그에게도 "남다른 작품"이라고.

"이전까진 모든 걸 계획하고, 틀을 잡아서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대본을 덜 보려 노력했어요. 저 자신을 내려놓고 만난 게 헤라였어요. 그렇게 저를 내려놓으면서 오는 배움이 컸어요. 자유분방함 안에서 연기하는 게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지만, 얻는 부분들이 커서 더욱 '하이라키'가 의미 있고, 헤라에게 고마워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