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 도로변에 돌진 사고 피의자 택시가 세워져 있다. 운전자인 70대 기사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 도로변에 돌진 사고 피의자 택시가 세워져 있다. 운전자인 70대 기사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최근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차량 돌진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모두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차량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접수된 급발진 신고 236건 중 실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현황을 보면 2017년 58건 , 2018년 39건 , 2019년 33건 , 2020년 25건 , 2021년 39건 , 2022년 15건 , 2023년은 24건 , 2024년은 6월까지 3건이었다. 평균적으로 매년 30건 가량이 급발진 의심으로 신고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차량을 유종별로 분석한 결과 경유와 휘발유가 각각 78건과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전기차 33건 , LPG 26건 , 하이브리드 33건 , 수소 1건 순이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보급 증가에 따라 신고 건수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한 급발진 사고로 의뢰된 사건 중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으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입증 과정이 까다롭고 입증 책임이 제조사 측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 구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윤 의원은 "자동차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어 결함을 소비자가 밝혀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전문적인 분석을 위해 교통안전공사의 전문인력 보강과 함께 제조사의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 돌진 사고로 9명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 피의자 운전자는 사고 이후 줄곧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는 전날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재차 주장했다.

또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서 승객을 내려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하다가 보행자 3명과 차량 4대를 친 운전자도 경찰 조사에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