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트리지아'에 걸린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트리지아'에 걸린 현수막.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다음달 집들이 예정이던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트리지아' 입주 예정자들이 조합 내분 여파로 입주 지연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평촌 트리지아 분양 사무실은 지난 3일 입주 예정자들에게 당초 8월 1일로 예정됐던 입주가 8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입주 일정이 갑작스레 한 달 미뤄진 셈이다.

평촌 트리지아는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2417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일반 분양 913가구, 조합원 물량 1308가구로 2221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196가구는 임대 물량이다. 공정률은 99.5%다.

평촌 트리지아 입주 예정자는 "8월 1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다기에 그에 맞춰 전셋집 만기를 잡아 뒀는데, 1~2주도 아니고 한 달이 밀린다니 당혹스럽다"며 "입주가 더 밀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어떻게 대책을 세울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일선 중개사무소에서는 전세 계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호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8월 입주를 맞아 전세 계약도 대거 체결됐다"며 "비교적 최근 이뤄진 계약들은 특약으로 입주 지연 가능성을 명시했지만, 그렇지 않은 계약의 경우 배액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입주 지연은 조합 내분의 여파다. 조합 집행부가 준공 승인 등과 같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입주 일정을 확정할 수 있는데, 지난달 말 조합 내분으로 집행부가 전원 해임되면서 관련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내달 입주가 예정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트리지아'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내달 입주가 예정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트리지아'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평촌 트리지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서면결의를 포함해 조합원 723명(59.12%)이 집행부 해임에 찬성했다.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가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며 해임 총회를 진행했다. 기존 152%였던 비례율이 94%로 낮아지면서 가구당 1억원 안팎으로 예상됐던 환급금이 사라지고 1500만원 내외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해임 총회가 승인됐고, 집행부 전원이 해임되며 입주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임시총회를 소집해 새 집행부를 꾸릴 수도 있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총회 소집 주체는 조합장이기에 조합장이나 직무대행이 없다면 총회 소집이 불가하다.

조합은 법원을 통해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직무대행자 선임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평촌 트리지아 일부 조합원들은 안양시청에서 조합 임시총회 인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안양시청은 검토 끝에 지난달 27일 임시총회 소집을 승인했다.

비대위는 오는 16일까지 조합 임원 후보자 등록을 받고 30일께 임시총회를 소집해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고 입주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조합 설립인가 변경과 준공 신청 등의 후속 절차를 감안하면 한 달가량의 입주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대위는 입주 예상 시점을 8월 말로 보고 있지만, 후속 절차의 진행 속도에 따라 9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후속 절차가 아무 문제도 없이 순탄하게 진행돼야 8월 말에 입주할 수 있다"며 "기간이 촉박한 탓에 행정 절차가 늦어지거나 비대위와 전임 조합장 간의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입주 시점은 재차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