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면서 배추 등 여름철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있다. (사진=뉴스1)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면서 배추 등 여름철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 배추가 진열돼있다. (사진=뉴스1)
고온과 장마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농작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겨울철 저장된 물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이른 무더위와 장마로 햇작물은 잘 자라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작년보다 재배면적이 줄어든 배추와 무는 벌써 도매가가 1년 전보다 40~60% 급등했다.

5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배추 도매가는 ㎏당 886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3.94%, 한 달 전보다 33.18%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4.93% 비싸졌다. 가격이 급등한 건 평소보다 더운 날씨 때문이다. 4~5월에 심은 여름 배추가 고온과 가뭄으로 생육이 더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재배지가 줄면서 공급량도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7.4% 줄어든 4855㏊(헥타르)다. 이에 따라 여름철 배추 생산량도 지난해 36만5961t에서 올해 35만256t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름 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기준 무 도매가는 693원으로 일주일 만에 9.03% 올랐다. 전월 대비 9.35%, 전년 대비 45.77% 비싸졌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현재 저장된 제주도산 무는 겨울철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이 부족하고, 햇무는 지난달 고온으로 생육이 부진해 시세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무의 주산지 중 하나인 평창에서 농가가 감자, 대파 등으로 대거 옮겨간 것도 한몫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여름 무 생산량이 2023년 25만359t에서 올해 24만2524t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봄철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올랐던 당근도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당근 도매가는 ㎏당 1911원으로 전주보다 0.05% 내렸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는 33.71% 높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상추 등 잎이 얇은 엽채류도 장마철엔 짓무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마늘은 점차 안정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최근 저장마늘과 햇마늘 교체기가 맞물려 물량이 부족해졌는데, 이번 주부터 경남 창녕 등에서 마늘 경매가 본격 시작돼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마늘은 도매시장에서 ㎏당 4471원에 거래됐다. 일주일 전보다 17.47% 비싸졌다.

농작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참외·수박 등 과채류는 꾸준히 내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박은 평균적으로 한 통에 2만612원이었다. 한 달 전보다 8.5%, 1년 전보다 3.4% 하락했다. 참외도 10개당 1만3582원으로 전월 대비 32.9%, 전년 대비 17.6% 저렴해졌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