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사고 나시길"…보험설계사-고객 한패였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수 억원을 편취한 보험설계사와 고객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교통과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보험설계사 A씨 등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 9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이 설계사들의 지인과 고객, 자동차 공업사 관계자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군포시 소재 보험대리점에서 근무했던 보험설계사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사고 피해를 과장하는 수법으로 66차례에 걸쳐 5억4천9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고객들에게 깁스 치료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약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뒤 실제로 아프지 않거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통깁스 치료를 받게 하는 수법으로 50차례에 걸쳐 5천8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한 보험사로부터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고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1년 7개월간 수사를 한 끝에 이들 일당을 검거했다.

A씨 등이 일한 보험대리점 단체 대화방에서는 사기 범행을 예고하는 내용의 대화가 상당수 발견됐다. 대화방에서는 보험설계사 간에 "드디어 사고 났다", "요 며칠 사이에 자꾸 사고 나려고 하는데 심장이 떨린다", "꼭 사고 나시길"이라는 등의 말이 오간 내역이 나왔다.

이들은 사전에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정해놓고 고객을 끌어들여 교차로 등지에서 서로 들이받는 사고를 내거나 진로 변경 등을 하는 일반 운전자의 차와 충돌하는 식으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냈다.

또 깁스 치료 시 보험금 지급 특약에 가입한 고객들을 상대로는 "병원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바로 이용 가능한데 2주 뒤에 (통깁스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등 말을 하며 범행을 권유했다.

이 말을 들은 고객들은 다치지 않은 상태에서 통깁스 치료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하자마자 스스로 깁스를 해체하는 등 대담하게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첩보는 1건의 보험사기 의심 건이었지만, 금융거래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해당 보험대리점의 보험설계사 다수가 보험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보험사기는 선량한 제3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앞으로도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