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문화 확산 속 개에 쏟는 애정 커져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 형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라며 ‘펫 웨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견주인 라이 링과 그의 여자친구 지지 첸은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반려견 본드와 브리의 결혼식을 열어줬다. 두 사람은 수개월에 걸쳐 결혼식을 준비했다.
이들은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했고 웨딩 북클릿을 직접 디자인했다. 또한, 본드와 브리를 닮은 장식이 있는 800위안(약 15만원)짜리 맞춤형 케이크를 주문하는 등 세심하게 결혼식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반려견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길 원한다”며 자신들의 결혼식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라이 링은 "사람들도 결혼식을 올리는데 개들이 못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반려동물 결혼식은 반려동물 보유 인구수 증가와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중국은 비혼 증가와 저출산, 인구 고령화를 겪으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2793억위안(약 52조8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중국 도시에는 약 1억1600만마리의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중국 도시 인구에 이들 반려동물이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중국인 8명 중 1명이 고양이나 개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다수가 40세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을 안 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초혼 등록은 197만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17만8000건 줄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추락하는 경제, 만연한 청년 실업, 커지는 남녀 평등 인식, 우선순위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결혼 건수가 급감했다"며 "지난해 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초혼 건수는 지난 9년간 거의 56%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소재 반려동물 전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양타오 씨는 "고객이 반려견을 위한 웨딩케이크가 필요하다는 말에 처음에는 사실 놀랐다"면서도 "이미 몇 달 후에 열릴 예정인 반려견 결혼용 케이크 주문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2022년 반려동물 베이커리를 시작한 이후 비슷한 주문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향후 반려견 결혼식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