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로 완전히 파괴된 차량 (사진=연합뉴스)
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로 완전히 파괴된 차량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9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 차모(68)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사실상 매년 사고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차 씨가 몰던 G80 차량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6회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보험 처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보험 사고 이력은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를 통해 조회할 수 있었다.

이 사고들로 상대차 피해는 13회나 발생했으며, 차씨 측이 부담한 상대차 수리(견적) 비용은 668만1847원에 달했다.

해당 차량은 2018년 9월에 첫 사고가 발생한 후 이듬해인 2019년 2월 17일에 두 번째 사고가 났다.

2020년 10월에는 1일과 27일 각각 두 차례 사고가 발생했으며, 1년 뒤인 2021년 11월과 12월에도 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차씨가 차량을 구입한 2018년부터 사실상 매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제네시스 G80 차량의 소유주는 가해자의 아내였지만 부부는 이 차량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6번의 사고가 차 씨와 아내 중 누가 운전 중 벌어진 일인지는 확인이 안된 상태다.

차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지난해 2월 3일 자로 경기도 안산 소재 버스회사에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했다. 차씨가 근무했던 버스회사 측은 그에 대해 '무사고 경력자'라 했다. 차씨 아내 또한 사고 직후 남편에 대해 '베테랑 운전자'라고 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G80 차량이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 소나타 등 차량을 차례로 친 후 멈추어 섰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등 총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가해자 차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지난 1일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지난 1일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 쏘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G80의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 정밀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분석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경찰은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차씨가 사고 직전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1차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차씨가 법원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금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한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면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형법(상상적 경합)에 따라, 차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만 기소되면 최고 금고 5년을 선고받게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