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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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900고지를 향하며 상장 업종 전반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증권가의 일부 종목 리포트에선 ‘홀드’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홀드 의견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매도 권고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통신과 게임, 2차전지 관련주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하거나 상승 모멘텀이 없는 종목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가 떨어져도 "아직 비싸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 4090개 중 홀드(중립·Neutral 포함) 의견 리포트 수는 166개를 기록했다. 전체의 4.05%다. 국내 증권사들은 정보 제공 기업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 매도 의견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기간 매도(Reduce·SELL 포함) 리포트가 4개로 전체의 0.09%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홀드 표기는 애널리스트들이 사실상 “팔아라”고 주문한 종목들이다.

부정 전망이 가장 많았던 상장사는 에코프로비엠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주가가 32.87% 떨어진 종목이다. 유진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실제 매도 의견 3건과 홀드 의견 7건이 나왔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이유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4조7104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1099억원이다. 전년 대비 31.74%, 29.56% 감소가 예상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고객사 출하량 문제로 양극재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주가는 내년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9배 수준에 거래 중이다”고 짚었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도 동일 기준 PER 64배 수준으로 높다는 평가다.

통신업계도 일부 상장사 전망이 어두웠다. LG유플러스는 홀드 의견 수만 따지면 전체 1위였다. 하나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 9개 리포트가 쏟아졌다.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매출액 성장 둔화, 영업 전산시스템 상각 처리 문제 등으로 실적이 답보 상태다. 주가도 지난해부터 1만원대 전후에 갇혀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역기저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영업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내년까지 내다본 ‘초장기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KT도 하나증권에서 홀드 의견이 5개 나왔다. 실적 감소 전망과 함께 외국인 매수 한도가 2.5%에 불과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실적 부진 게임주株 '경고음'

상반기 주가가 부진했던 게임업종에선 다수 상장사가 홀드 의견에 직면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홀드 의견이 8개로 2위에 올랐다. 넷마블(6개)과 엔씨소프트(5개), 펄어비스(5개)도 수가 적지 않았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 상장사 실적의 공통점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견조하고 내수가 부진하다는 것”이라며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 ‘에버소울’의 일본 퍼블리싱으로 확장을 시도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나머지도 기존 IP(지식재산권) 노후화와 신작 부진 문제를 겪고 있다. 2분기 실적은 대부분 적자를 지속하거나 영업이익이 35.24~84.8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도 높은 비용 통제를 진행한 넷마블 정도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한편, 홀드 의견을 가장 많이 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31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에코프로비엠과 넷마블, 펄어비스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2개), 휠라홀딩스(1개), 한온시스템(1개) 등 다양한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뒤는 하나증권(16개)과 삼성증권(14개), KB증권(14개)이 이었다. 하나증권은 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건설업의 DL이앤씨에 2개의 홀드 의견을 냈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카카오그룹주와 금융지주·증권업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