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2000건대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4000건을 훌쩍 웃도는 등 거래 회복세가 뚜렷하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와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전세 품귀 현상 등이 맞물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량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크게 늘자 ‘대출 조이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게 복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되살아난 아파트 거래량…복병은 '대출규제'

◆6월 거래 5000건 육박

5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4512건이다. 거래 신고 기한(30일)이 한 달 가까이 남아 있어 최종 거래량은 6000건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월 5000건을 넘긴 것은 부동산 상승기인 2021년 5월(5045건)이 마지막이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는 6100여 건이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간 월 2400여 건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넉 달 연속 4000건 이상을 기록하며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6월 거래 건수가 5월 거래량을 웃돈 지역이 나오고 있다. 강동구(5월 307건→6월 375건)와 성동구(290건→327건), 서대문구(180건→212건), 관악구(128건→136건), 동대문구(200건→207건) 등이 대표적이다. 도심이나 강남 등으로 오가기 편해 수요자가 몰리는 지역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강북구(73건→77건)와 중랑구(142건→148건) 등 중저가 지역에서도 6월 거래량이 5월 수치를 뛰어넘었다. 거래가 살아나며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0% 상승했다. 3월 넷째 주 이후 15주 연속 오름세다.

◆거래량·집값 점진적인 상승 기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주택 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집값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릴 때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에 이견이 생겨 거래가 급감한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때는 거래량이 월 1만 건 이상 폭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거래량 증가세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리 인하 기대 속에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집값이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기존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등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며 거래량과 가격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난 우려와 분양가 상승, 미국 금리인하 기대, 실질 대출 금리 하락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불안을 느껴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실수요 기반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고 있어 2020~2021년 수준의 비정상적인 폭등 장세는 나타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1월 신생아 특례대출을 출시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했다. 당초 7월 도입할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적용을 2개월 연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5월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5조7000억원 증가하자 다음달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실태를 살펴보는 등 현장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