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의 횡포
눅눅한 테이크아웃 감자튀김에 25% 팁을 지불하는 게 언제부터 당연한 일이 됐을까. 테이크아웃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하면 계산대 화면에 ‘팁 추가: 18%, 20%, 25%’가 표시된다. ‘10%’나 ‘없음’으로 변경하려면 추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팁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 표시로 팁을 주는 것은 ‘미국식’이지만 이제 팁은 당연한 것이 됐다. 심지어 의무화됐다. 캘리포니아 한 레스토랑 계산서에는 “1인 이상 테이블에는 18% 팁이 자동으로 적용된다”고 적혀 있다.

이제 팁은 정치적으로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네바다주에서 “대통령에 취임하면 팁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인 약 500만 명이 팁을 받고 일한다. 이 중 70%가 여성이다.

정치화된 팁문화

하지만 2023년 뱅크레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분의 2가 팁에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팁은 19세기 미국으로 퍼졌다. 1899년 뉴욕타임스(NYT)는 팁을 “수입된 악습 중 가장 사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부유한 미국인은 ‘사회 규범’ ‘감사 표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팁을 준다고 답했다. 끔찍한 서비스를 받은 후 신용카드 영수증 팁 공란에 “노출된 전선은 화재 원인이 됩니다”고 적는 친구도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주는 시간당 2.13달러와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 사이 ‘팁 크레디트(Tip Credit)’를 받는다. 고용주는 노동자가 받는 팁을 팁 크레디트로 반영해 최저임금에서 팁을 제외한 만큼 급여로 지급하면 된다. 팁은 직원들의 기본급 일부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선 팁 크레디트를 허용하지 않는다. 근로자는 최소 시간당 16달러의 최저임금과 모든 팁을 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식당에서는 6%의 ‘건강 관리 보안 조례’ 같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슬그머니 부과한다. 정직한 접근 방식은 음식 가격을 6% 올리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정크 수수료 부과 금지법인 ‘SB 478’이 발효됐다.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은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뉴욕, 시애틀에서는 수수료가 인상돼 음식 배달비가 증가하면서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

팁은 의무 아닌 선택

트럼프도 팁을 줄까? 2019년 바지 주머니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사진이 찍혔다. 그는 “호텔에 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며 “작은 무언가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유명인은 팁을 조심해야 한다. 농구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웨이트리스에게 포커 테이블 위 5달러 칩을 술값으로 줘 화제가 됐다. 하키 전설 웨인 그레츠키는 “라스베이거스에선 그렇게 팁을 준다”며 조던이 쌓아둔 100달러짜리 칩을 집어 웨이트리스 쟁반에 올려놨다고 전해진다.

미국인이 팁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팁은 당연한 것이고, 주지 않으면 깐깐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일을 싫어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팁이 다시 ‘선택적’ 문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훌륭한 서비스를 받을 때,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때 주는 것으로 말이다. 팁은 눅눅한 테이크아웃 감자튀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원제 ‘The Tyranny of Today’s Tip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