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4.1%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 속도도 크게 둔화됐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높아진 무역 장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예상 웃돈 美실업률…9월 금리인하 힘 받아

◆미국 노동시장 냉각 조짐

미 노동부는 6월 미국 실업률이 4.1%이며,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0만6000개 늘어났다고 5일 발표했다. 실업률은 전문가 예상치인 4%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 증가 폭도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 폭(22만 명)에 크게 못 미쳤다. 다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만 명)는 웃돌았다.

지난달 일자리가 기대치를 웃돌았으나, 이는 정부 일자리가 7만 개나 급증한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1만7000개), 소매(-9000개) 등 민간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미국 CNBC방송은 “Fed가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의 기준금리를 1년가량 유지하면서 노동시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고용지표에서도 미국 고용시장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5월엔 일자리 수(비농업 부문)가 전월 대비 27만2000개 늘며 전문가 전망치(19만 개)를 크게 넘어섰으나, 같은 달 실업률이 2022년 1월(4%) 후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4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달 9~16일 183만9000건으로 202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공개된 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은 물가와 함께 Fed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핵심 요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전날 74.3%에서 이날 77.1%까지 상승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월 전년 대비 3.5%로 상승세를 보인 뒤 4월 3.4%, 5월 3.3%로 둔화세를 나타냈다.

◆금리 인하 뒷받침 데이터 늘어

고용 악화와 경제 성장률 둔화가 맞물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에 따르면 1분기 1.4%(연율 환산) 증가한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도 1.5%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6월 미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한 48.8을 기록했다. PMI가 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ISM 제조업 PMI는 4월(49)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업률을 기반으로 불황을 예측하는 ‘샴의 법칙 불황 지표(Sahm rule recession indicator)’를 통해 본 침체 위험도 높아졌다. 미국 실업률의 3개월 이동 평균이 직전 12개월 내 3개월 이동평균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불황이 시작됐다고 본다. Fed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로디아 샴이 만든 지표로 1970년 이후 미국에서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6월 실업률이 5월 수준을 웃돌면서 침체 위험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