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후 '아파트 불장' 다시 온다?…"고금리에 짓는 곳이 없어요"
착공 물량 역대 2번째로 적어
경기 악화에 인허가 물량도 급감
업계에선 2~3년 뒤 가격 상승 우려
“매수 시기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3년후 '아파트 불장' 다시 온다?…"고금리에 짓는 곳이 없어요"
“지금은 현장 담당자 사이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의견도, 내린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2~3년 뒤 아파트 가격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오른다’고 답해요. 주택 수요는 계속 있을 텐데 공급이 없을 게 뻔하니 가격은 오른다고 봐야죠.”(분양업계 관계자)

2~3년 뒤 주택 공급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역대급 절벽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민간이 주택 사업 자체를 꺼리고 있어서다. 정부에선 지난해부터 공급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관련 통계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오히려 2~3년 뒤 급상승을 준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분기 아파트 착공 3만7793가구

10일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3만7793가구로 전년 동기(4만6128가구) 대비 18% 줄었다.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3년후 '아파트 불장' 다시 온다?…"고금리에 짓는 곳이 없어요"
아파트 착공 실적은 수도권, 지방 모두 크게 줄었다. 수도권의 1분기 아파트 착공 실적은 2만1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211가구)에 비해 25% 감소했다. 2018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착공 감소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 수도권 사이에선 경기도의 아파트 착공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기의 1분기 아파트 착공 물량은 전년 동기(2만126가구)와 비교해 57% 감소했다. 지난 2011년(5976가구)과 2012년(5637가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은 1분기 아파트 실적이다. 반면 서울은 전년 동기(6323가구) 대비 34% 증가한 8530가구, 인천은 전년 동기(1762가구) 대비 126% 증가한 3990가구가 착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은 같은 기간 1만7917가구에서 6% 감소한 1만6793가구를 기록했다. 이 역시 2011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경남, 세종에서는 1분기 아파트 착공 실적이 전무했다. 경북(30가구), 전북(378가구), 대구(550가구) 등의 순으로 아파트 착공 물량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 모두 ‘빨간불’

3년후 '아파트 불장' 다시 온다?…"고금리에 짓는 곳이 없어요"
착공 실적은 3년 뒤 주택 공급과 연관이 깊다. 아파트 건설 기간이 평균 3년이기 때문에 지금 착공하지 않으면 3년 뒤 공급도 없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착공 실적이 줄어든 이유는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대로면 3년 뒤에는 입주 물량이 역대급 감소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착공을 꺼리는 이유는 계속된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공사비 급등,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공사비가 필요한데, PF 경색으로 높아진 공사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막상 PF 대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아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일도 다반사다.

다른 주택 공급 관련 통계도 비슷한 사정이다. 올해 1~5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896가구)에 비해 24% 감소했다. 5월 한 달만 살펴보면 인허가 물량은 2만3492가구로 지난해(3만6065가구) 대비 34.9% 급감했다. 인허가 실적은 주택 사업을 시작하는 가장 첫 단계로, 3~4년 후 주택 공급을 살펴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고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새롭게 주택 건설 사업을 시작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지난해보다 인허가 건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2~3년 뒤 집값 급등할까?

3년후 '아파트 불장' 다시 온다?…"고금리에 짓는 곳이 없어요"
2~3년 뒤 공급을 책임지는 착공 실적과 그 이후를 책임지는 인허가 실적이 모두 줄어들면서 당장 2026년부터 주택 공급 절벽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을 기다렸던 분양 물량이 나오면서 주택 공급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착각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2년 뒤부턴 분양 물량 감소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도권에선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주택 매매가는 전국에서 1.8% 하락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8%, 0.9%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주택 매매가는 지난 4월까지 전국이 0.5% 하락했지만 서울은 지난 3월 말, 인천은 4월부터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 구매를 기다리는 실수요자에게 전문가들은 “매매 시기를 지금부터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수도권 주택 매매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분양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매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택 가격 중 저평가된 물건을 사면 수도권에서는 2~3년 뒤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주택 공급 절벽은 높은 확률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매수 시점을 보다 공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