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발언 등 4년반 재임기간 잦은 설화…천하이 주미얀마대사 등 후임 거론
'정년 앞두고 자연스러운 교체'에 무게…양국관계 분위기엔 도움될 듯
떠나는 '거친 입' 싱하이밍…한중관계 개선 흐름 속 후임 주목
'베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임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4년 반이나 주한대사로서 일한 데다 정년을 앞둬 자연스러운 교체라는 분석이 많지만, '거친 입'으로 악명을 떨친 그가 관계 개선의 흐름을 타고 있는 한중관계에 부담이라는 점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싱 대사는 오는 10일로 공식 업무를 마치고 조만간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이임 인사차 예방했다.

싱 대사는 조 장관 예방 뒤 취재진에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한국에서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고 영원히 그 정을 잊지 않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별 인사는 부드러웠지만 싱 대사는 지난 1월 취임한 조 장관과 단독으로 만난 게 이날이 처음이었을 만큼 한국 고위당국자들과의 교류에 어려움이 컸다.

중국 특유의 '전랑(늑대전사) 외교' 노선을 따랐던 그는 주재국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거침없는 언사로 비판받았다.

2021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사드는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라고 밝히자 신문 기고문을 통해 '사드가 중국의 안보 이익과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며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해 6월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동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해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여당을 중심으로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통령실은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거론하며 사실상 주한대사 교체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런데도 중국 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자 우리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은 싱 대사와 접촉을 피했고 이에 중국 측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비슷한 조처를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냉랭했던 양국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됐다.

떠나는 '거친 입' 싱하이밍…한중관계 개선 흐름 속 후임 주목
그렇게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싱 대사 교체는 공교롭게도 한중관계가 풀리는 상황과 맞물려 이뤄졌다.

일각에선 지난 5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과 한중일 정상회의, 지난달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거치며 양국관계가 부드러워지자 중국이 자연스럽게 대사를 교체할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한다.

현실적으로 싱 대사의 활동 반경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교체를 통해 한중관계 개선 흐름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더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그의 이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그동안 전임 주한대사들이 보통 3∼4년의 임기를 지냈는데, 싱 대사도 2020년 1월 부임해 어느새 서울에서 4년 반을 흘려보냈다.

특히 1964년생인 그가 올해 말 정년을 맞이하는 만큼 언제 자리를 떠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싱 대사가 은퇴를 앞둔 상황에 언제 그만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도 "본인도 그만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외교가의 관심은 이제 싱 대사의 후임에 쏠리고 있다.

후임으로는 진옌광(金燕光) 변계해양사무사 공사참사관, 천사오춘(陳少春) 아주사(아시아국) 부사장, 펑춘타이(馮春臺) 주북중국대사관 공사, 천하이(陳海) 주미얀마대사, 슝보 주베트남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대사로 오더라도 중국 정부의 '전랑 외교' 흐름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최소한 주재국 정부와 국민을 존중하는 매너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중관계를 한층 부드럽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떠나는 '거친 입' 싱하이밍…한중관계 개선 흐름 속 후임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