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테니 일단 누웁시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전부 보험금 나오게 해드릴테니까 일단 입원하시죠"



그간 보험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됐던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다음 달부터 강화됩니다. 내달 15일부터는 보험사기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를 알선·유인하는 브로커까지 처벌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를 권유하는 브로커와 잘못 엮였다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가입자들 스스로 주의도 필요해보입니다. 다음 달부터 달라지는 보험사기 관련 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 일부러 사고내고 병원기록도 조작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 원,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매년 역대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험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 사기가 가장 많이 증가했고, 유형별로는 사고를 만들어내거나 조작하는 허위사고와 고의사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보험사기는 상당한 규모의 보험금 누수뿐만 아니라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사회적 부작용까지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로 꼽힙니다. 특히 브로커가 개입된 조직적 보험사기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적발된 보험사기 중에는 치료 목적을 가장한 성형수술 또는 시술, 조직형 자동차 고의사고, 병원관계자와 설계사가 공모한 보험사기 등이 주를 이룹니다. 브로커와 병원이 공모해 공짜 성형시술을 해주겠다며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모집한 후 '갑상선 고주파절제술' '자궁 하이푸시술' 등을 시행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명의 지인들과 브로커가 공모해 비교적 가입이 쉬운 텔레마케팅 계약으로 운전자보험과 상해보험을 가입한 뒤,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하는 방식도 단골 사례입니다. 차선을 바꾸려는 자동차를 일부러 들이받아 사고를 내거나, 렌트카를 이용해 고의로 경미한 사고를 낸뒤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며 보험금을 받는 형태도 있습니다.
"돈 줄테니 일단 누웁시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 보험사기 꼬드기면 징역 10년

이처럼 대규모 조직적 보험사기에는 '브로커'가 껴있다는 점에 착안,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는 보험사기 알선과 유인, 권유 그리고 광고 행위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보험사기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일반 선량한 가입자들은 문제의 '브로커'를 어떻게 선별해내야 할까요. 보험사기 브로커는 말그대로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사람을 말합니다. 가장 먼저 실손보험 가입 유무를 확인한 뒤, 가입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일명 '상담실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때 해당 브로커는 병원과 '홍보광고대행계약'이라는 일반적인 업무를 가장한 제휴를 체결하는데, 실제로는 환자들을 병원에 소개하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알선비로 받는 '환자알선계약'입니다.

과거에는 점조직 형태의 브로커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기업형 브로커 조직이 생기면서 보험사기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SNS를 통해 대규모 환자를 불법 모집해 병원에서 알선비를 받습니다. 최근 보톡스와 필러 등 미용주사를 '공짜로 맞게 해주겠다'는 광고로 환자들을 모집해 보험금 약 4억 원을 편취하다 적발된 한 사례도 그 중심에는 브로커가 개입돼 있습니다. 실손보험을 미끼로 진료를 권유하는 행위는 무조건 의심부터 해봐야 합니다.

◆ 처벌 강화 대신 보험사기 피해자는 구제

이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지만, 그 만큼 선량한 가입자들의 주의도 필요합니다. 자칫 잘 못하면 보험사기에 연루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사기에 죄의식 없이 가담했더라도 추후 보험금 반환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전적 이익 제공이나 무료 진료, 무료 수술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제안은 거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는 피해자 구제방안도 담겼습니다.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사기로 보험료 할증과 같은 불이익을 당한 보험가입자에게 피해사실을 고지하고, 부당하게 할증됐던 보험료 환급과 할인·할증 등급 조정 등 후속절차를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당국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금액이 세부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 연구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일반보험 등 보험상품별로 보험사기 특징을 고려한 누수 규모를 추정해, 유형별로 대응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돈 줄테니 일단 누웁시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