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별개 법인도 경영상 일체 이루면 하나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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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5인 이상이면 근기법 적용해야
"전화해고 문제 없다"는 중노위 결정 취소
"전화해고 문제 없다"는 중노위 결정 취소
별개 법인이 한 명의 경영자가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등 사실상 경영상 일체를 이루고 있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노위가 2023년 6월 20일 원고와 원고가 일한 회사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해 한 판정을 취소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1월 말부터 정치인 관련 광고기획·광고물 제작업체인 B사에서 일했다. B사는 여론조사 업체인 C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는데, B사가 C사에 영업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며 각종 용역을 제공받고, 공동으로 업무 회의를 하거나 주간 업무 일지도 함께 작성했다.
갈등은 C사의 대표이사 D씨가 고성과 폭언을 하며 A씨의 업무 미비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씨는 D씨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B사는 같은 해 12월 말 A씨에게 전화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작년 1월 서울지방노동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B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므로 근로기본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사와 C사는 사실상 D씨에 의해 경영상 일체를 이룬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고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임에도 이와 전제를 달리해 이뤄진 재심판정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두 회사는 단순히 사무실을 공유할 뿐 아니라 보안시스템, 인터넷 회선, 공용창고 등을 공동으로 사용했다"며 "두 회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드라이브에는 협업 업무 자료 외에 B사의 회사 홈페이지 개선사항 등 C사와 무관한 자료들도 공유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D씨는 A씨를 포함한 B사의 근로자들과 하나의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며 이들에게 구체적 업무지시를 했다"며 "A씨가 해고에 이르게 된 동기도 D씨와의 갈등에 의한 것이고 해고 결정 또한 D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두 회사는 실질적으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의 해고 방식 또한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므로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노위가 2023년 6월 20일 원고와 원고가 일한 회사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해 한 판정을 취소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1월 말부터 정치인 관련 광고기획·광고물 제작업체인 B사에서 일했다. B사는 여론조사 업체인 C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는데, B사가 C사에 영업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며 각종 용역을 제공받고, 공동으로 업무 회의를 하거나 주간 업무 일지도 함께 작성했다.
갈등은 C사의 대표이사 D씨가 고성과 폭언을 하며 A씨의 업무 미비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씨는 D씨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B사는 같은 해 12월 말 A씨에게 전화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작년 1월 서울지방노동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B사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므로 근로기본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사와 C사는 사실상 D씨에 의해 경영상 일체를 이룬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고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임에도 이와 전제를 달리해 이뤄진 재심판정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두 회사는 단순히 사무실을 공유할 뿐 아니라 보안시스템, 인터넷 회선, 공용창고 등을 공동으로 사용했다"며 "두 회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드라이브에는 협업 업무 자료 외에 B사의 회사 홈페이지 개선사항 등 C사와 무관한 자료들도 공유됐다"고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D씨는 A씨를 포함한 B사의 근로자들과 하나의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며 이들에게 구체적 업무지시를 했다"며 "A씨가 해고에 이르게 된 동기도 D씨와의 갈등에 의한 것이고 해고 결정 또한 D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두 회사는 실질적으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의 해고 방식 또한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므로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