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근로자 건강 보호로 산재 감소 효과도"
'폭염 작업중지명령' 경영계 반대하지만…"생산성 오히려 늘 것"
폭염 상황에서 사업장의 작업중지가 더 실효성 있게 이뤄지면 노동 생산성 감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작업 중지로 인해 당장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것보다 폭염 속에서 일하면서 신체 능력이 감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펴낸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폭염·한파 등 기후여건에 따른 작업중지 규정에 대한 영향을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분석 대상인 개정안은 21대 국회 때인 지난해 9월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으로, 폭염·한파 등의 상황에서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 의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폭염 등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권고' 수준인 작업중지 등을 더 강화하자는 취지로, 비슷한 법안이 지난 국회에서만도 여러 건 발의됐으나 경영계 등의 반대 속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법조사처의 의견 요청에 "획일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산업현장의 막대한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기업에 큰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연간 약 20일의 작업중지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생산량 감소, 납기일 지연, 수출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도 현행법에 이미 상당 부분 규정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폭염 작업중지명령' 경영계 반대하지만…"생산성 오히려 늘 것"
입법조사처는 그러나 "감독관의 과도한 재량에 의한 작업중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작업중지가 "사업장 생산성 감소 및 노동시간 감소를 줄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UNDP)은 체감온도가 26도에서 31도로 증가할 때 시간당 생산성은 약 3분의 1 손실된다고 분석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온도 상승으로 2030년엔 우리나라에 2만1천 시간의 노동시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폭염·한파가 생산성과 노동시간 손실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통해 생산성 추가 저하와 신체적 능력 감소를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 입장에선 당장 폭염으로 중지된 작업시간을 손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신체적 능력 감소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개정안 시행이 폭염·한파로 인한 산업재해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5년간 전체 재해자 수 대비 폭염·한파 재해자 수 비율이 0.035%에 그쳐 직접 감소 폭이 크진 않겠지만 "건강 취약 근로자의 건강 보호 및 추가 재해 발생을 감축시키는 간접적 2차 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산재 감소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예년 폭염·한파 일수 등을 고려할 때 작업중지 명령이 시행될 경우 발효 기간은 여름철 12.1일, 겨울철 5.8일, 실제 작업중지 시간은 여름철 90.7시간, 겨울철 43시간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