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가성비'에 수요 '쑥'…20·30대 1∼2인 가구가 견인

지난 5월 롯데하이마트가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하이메이드 '싱글 원' 냉장고는 2주 만에 초도 물량 3천 대가 완판되며 올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245ℓ 양문형 상품으로, 군더더기를 빼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실용성에 30만원이 안 되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통한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 브랜드가 압도하는 대형 가전 부문에서 거둔 성과라 가전·유통업계도 이를 주목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는 1∼2인 가구 맞춤형 상품이라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호응이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PB가 가전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가전도 '가성비 트렌드' 영향권에 든 것이다.

'가격 거품 뺐더니 잘 나가네'…고물가에 몸값 뛴 가전 PB
7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하이메이드 상품은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20%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하이메이드 상품 비중도 1%에서 4%로 높아졌다.

아직 절대적인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파른 성장세가 돋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PB 대형 가전의 선전이 눈에 띈다.

올해 1∼6월 롯데하이마트의 세부 카테고리별 판매량 순위를 보면 벽걸이 에어컨 6평 이하, LED TV 32인치(81㎝) 이하, 세탁기 12㎏ 이하 부문에서 하이메이드 상품이 '톱5'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끈다.

'가전 PB는 소형이 대세'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도 한두 개 PB 제품이 잘 팔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처럼 대형 가전의 대표 격인 에어컨과 TV, 세탁기 PB 제품이 동시에 판매량 상위에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마트 가전 매장인 '일렉트로마트'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일렉트로맨·노브랜드 PB TV가 1만대 넘게 판매되며 기성 브랜드 TV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만원 초반대인 32인치와 30만원을 조금 웃도는 43인치 제품이 매출을 주도했다.

이외에 전통적인 PB 강세 품목인 선풍기,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전기포트 등 소형 생활·주방가전도 준수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

일렉트로맨 선풍기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5만대 기획 물량의 75% 이상이 판매됐다.

일렉트로맨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 100% 늘었다.

이처럼 PB 가전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괜찮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와 일렉트로마트에서 판매하는 PB 가전은 품목별로 기성 브랜드 제품 대비 최대 40% 저렴하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제품 개발·제조를 맡기고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는 한편 쓰임이 많지 않은 복잡한 기능 대신 핵심 기능만 담아 가격 거품을 뺐다.

소비시장 주축으로 떠오른 1∼2인 가구의 가전 수요를 예측해 그에 맞는 틈새 제품 출시 전략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30대가 중심인 1∼2인 가구의 경우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최근 PB 가전 수요도 이들이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PB 가전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관련 업체들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PB 상품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브랜딩, 디자인, 개발 역량을 포함한 하이메이드 전반의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한층 혁신적인 PB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도 최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27인치 이동식 TV를 중소 가전기업인 티지앤컴퍼니와 협업해 단독 기획 상품으로 출시하는 등 PB 제품군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해당 상품은 7일까지 진행되는 '이마트 패밀리 위크' 기간 할인 특가로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