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챗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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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가운데 이제는 기업인, 창업가, 재벌 3세 등 사회 지도층까지 마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마약사범 통계 뒤에는 고액 수임료로 무죄를 ‘사는’ 대형 로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실제 억대 수임료를 받고 교육이나, 보호,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끌어내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오래된 비판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유학파 출신 기업인들 쉽게 마약에 손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30대 스타트업 창업가 A씨는 대마 등을 투약했다가 올해 초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았다. 해외 출장 중 동업자와 마약을 한 A씨는 이후 관계가 틀어진 동업자 B씨의 제보로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수사 초기부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마 외 다른 마약 투약 혐의를 벗어났고, 초범인 점과 사회 공헌 활동 등이 참작돼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 사례처럼 사회 지도층 마약 사건은 대부분 ‘지인의 제보’로 적발된다. 원한 관계에 있거나 교제 중 헤어지면서 ‘약점’을 제보해 합의금을 받아내거나,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트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은 고액 수임료를 지불하고 대형 로펌을 통해 재판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마약을 했다가 걸려서 대형로펌에 찾아오는 사회지도층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주로 20~30대 스타트업 창업가나 주식,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번 젊은 기업인, 재벌 3세들”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유학 경험자들이 마약에 더 쉽게 노출된다”며 “최근 명문대생이 친구 말만 듣고 대만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밀수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의 마약 투약은 해외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케타민을,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환각 버섯'을 복용하는 것으로 보도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업가들은 불안감·우울증 완화와 집중력 강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명목으로 마약에 손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 수임료는 ‘억대’

마약을 투약한 사회지도층들은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기소유예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마약 사건 수임료는 사안의 경중과 의뢰인의 재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네트워크 로펌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대형로펌은 1억원에서 10억원까지 받는다”며 “법정에 가야 할 만큼 중독성이 심한데도 기소유예로 끝나는 경우 수임료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기소유예 처분도 크게 늘고 있다. 중독성이 꽤 심해 격리가 필요한 경우 내려지는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는 2020년 129건에서 2023년 439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독성이 약한 초범에 대한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도 2023년 1087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심한 중독자에 대한 처분이자 가장 ‘고액’ 사건으로 알려진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도 지난해 14명이 받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변호사가 하는 일은 10~20개 범죄를 1~2개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곧 전관 변호사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병원 등 정보를 미리 알려줘서 사전에 치료받도록 유도하고, 이런 내용을 로펌에서 의견서로 제출하는 식”으로 기소유예를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로펌의 마약 사건 수임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마약청정국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버닝썬 사건 이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지금은 거의 모든 클럽에서 마약류가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