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약 3년 만에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558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의 708조5723억원에 비해 4영업일 만에 2조1835억원이나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런 추세가 이달 들어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526억원에서 552조9913억원으로 8387억원 불었다. 지난달에는 2143억원 줄었던 신용대출이 1조879억원 늘어나며 잔액 103조8660억원을 나타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집값 상승 전망, 국내외 주식 투자 자금 수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정책자금 대출 증가, 금리 인하 기대 등을 꼽고 있다.

우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다. 5대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나흘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지난 2∼3일 진행된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모주 청약에 18조5000억원 이상의 증거금이 몰렸다.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 2862.23으로 2022년 1월 18일(2902.79) 이후 2년 5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5567.19)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8,352.76)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12월 17조4309억원에서 지난 7월 4일 20조234억원으로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최근 인기가 뜨거운 미국 주식 투자는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활용한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