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회사에 전 직장의 독점 기술을 무단 유출한 사건이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변리사 자격이 있는 전문 변호사를 투입하고 검찰과 협력해 막판까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인 법무법인 바른의 대응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5월 30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는 주식회사 코스모텍에서 생산부 사원으로 재직할 당시 방수용 점착제 제조법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이직한 회사에서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코스모텍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휴대폰 제작에 쓰이는 방수용 점착제를 독점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다. 제조법 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였기에 영업비밀로 관리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와 상고심까지 이어졌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쟁점은 피고인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었느냐다. 바른은 2심 재판부가 간과한 ‘사건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이직할 때 제조법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새 회사가 몰랐다는 이유 등을 들어 A씨에게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고 봤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검찰과 회사 측 대리를 맡은 바른은 제조지시서 보유 사실을 인지한 시점과 무관하게 해당 제조법을 아무 대가 없이 벤치마킹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가 있었고, A씨가 실제 연구·개발에 나선 것이 위법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2심 재판부가 A씨 이직 시점에 매몰돼 본질을 놓쳤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태영·정영훈 바른 변호사는 코스모텍 법률 대리인으로 공소 유지를 맡은 검찰과 상고이유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소통했다. 30쪽 분량의 대리인 의견서를 6~7차례 제출하는 등 증거 기록을 탄탄히 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형사 사건은 피해 회사가 법률 대리인을 별도로 선임할 수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잡한 기술 사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핵심 쟁점이 흐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