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썩이는 서울 경매시장과 달리 지방에서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0%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등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악성 미분양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여파로 지방 경매시장이 공급 대체재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2.9%로 5월(89.1%)보다 3.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5월(42.5%)보다 소폭 오른 47.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거래량 증가와 매매가 상승 등 서울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경매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5182건으로 전달(4840건)보다 7.1% 늘었다. 2021년 2월(5435건)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런 분위기에서 강남권 주요 지역에선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매시장에 나온 강남구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59㎡는 감정가 42억원의 110%인 4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 역시 감정가 18억9500만원의 102%인 19억45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과 달리 지방 광역시와 도에선 낙찰가율 90%를 넘는 곳이 없었다. 지방 5대 광역시 낙찰가율은 부산이 78.1%로 가장 낮았다. 대전이 86%였고 대구, 광주, 울산이 각각 84%를 기록했다. 낙찰률 역시 지방이 서울보다 크게 낮은 모습이다. 지난달 지방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 1538건 중 575건이 낙찰돼 평균 낙찰률이 37.3%에 머물렀다. 서울 낙찰률(47.2%)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경매시장이 부진한 원인으로 지방의 아파트 공급 과잉이 지목된다. 전국 미분양 물량 중 79%에 달하는 5만7368가구가 지방에 있다. 하반기 지방에서만 아파트 8만464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악성 미분양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게다가 공급 부족을 겪는 서울보다 경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아파트 가격 회복 움직임이 서울에서 경기 등으로 확산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반면 지방은 계속된 미분양 여파로 일부 중저가 아파트를 제외하고 경매 수요자의 관심이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