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에서 에픽게임즈의 ‘제삼자 앱 마켓’이 출시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몇 년 동안 애플과 소송 중인 ‘앙숙’이다.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에 대한 애플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한 한국은 정반대 상황이다. 제삼자 앱스토어는커녕 수수료 규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EU 규제에 한발 물러선 애플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에픽게임즈스토어(에픽스토어)를 EU에서 출시하도록 승인했다. 에픽게임즈는 3차원(3D) 게임 엔진 ‘언리얼’과 게임 ‘포트나이트’ 등으로 유명한 회사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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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EU에서 DMA가 시행되며 애플은 이 지역에서 제삼자 앱마켓과 앱 설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법이다. 법을 어긴 플랫폼 사업자는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최고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는다. 알파벳,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부킹닷컴 등 7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에픽스토어를 허용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두 차례 거절 끝에 에픽스토어를 허용하기로 했다. 애플은 에픽스토어가 자사 앱스토어와 유사하다며 허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설치 버튼과 인앱 결제 버튼 등이 앱스토어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에픽스토어가 DMA 위반을 거론하며 유럽 규제 당국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하자 애플은 입장을 바꿨다. 애플은 비슷한 버튼 등을 수정한다는 조건을 걸고 에픽스토어를 허용하기로 했다.

여야 극한 대립에 규제 뒷전

EU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애플, 구글 등 플랫폼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3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냈다. 일본 의회도 지난달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제삼자 앱마켓을 허용하고 검색에서 자사 서비스 우선 표시를 금지하는 등 애플과 구글을 겨냥한 법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2021년 9월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를 막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꼼수’로 이를 피해 갔다. 법 준수를 위해 제삼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수수료율을 최대 27%로 정했다. 외부 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인앱 결제 수수료(최대 30%)와 별 차이가 없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10월 결제 방식 강제 등을 이유로 애플과 구글에 각각 과징금 205억원, 475억원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자 의견을 작년 12월 말까지 받았다. 하지만 아직 이를 확정하지 못했다. 방통위 전체 회의에서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방통위가 여야 갈등의 최전선이 되면서 결정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발의와 자진 사퇴로 방통위는 1인 위원회가 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야당이 탄핵 의사를 밝힌 만큼 애플과 구글 규제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