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없는 도심 속 비밀공간…"3층은 30억, 7층은 100억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객님. 4층 상담실로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객이 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1층 직원 서너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다른 고객과 겹치지 않게 짠 동선에 맞춰 고객을 예약된 상담실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국내 최대 프라이빗뱅커(PB)센터인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에서는 매일 ‘작전’과 같은 고객 모시기가 하루 30번 이상 이어진다. 자산이 30억원 이상이어야 고객이 될 수 있는 곳이다.

VIP 고객을 데려오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자산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을 세분화했다.

‘골드’라고 이름 붙인 3층은 빠르고 간단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은행과 비슷한 상담 데스크와 함께 개별 상담실을 배치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 더 올라가면 골드층보다 더 고급스러운 4층(와이즈)과 5층(서밋)을 만날 수 있다. 계단으로 두 개 층을 연결한 이곳은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자산가가 개인적이고 편안한 상담을 원할 때 찾는다.

7층(더 퍼스트)은 VVIP를 위한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들어서자마자 유명 예술가의 조각상이 고객을 반기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상담 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화장실은 물론 침대까지 갖췄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창문을 없앴지만 외부 자연광은 실내로 들어올 수 있게 디자인했다. 전용 대여 금고도 별도로 마련했다.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고객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회사들이 VIP를 잡기 위해 ‘격전’을 벌이는 곳도 있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주 증권사 PB센터가 주최하는 투자 세미나가 열린다. 삼성 미래에셋 KB NH투자 한국투자 유안타증권 등 6개 PB센터가 입주해 고객 모집을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월 임차료가 적게는 8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에 달한다”며 “이곳에 입점하지 못한 다른 증권사 지점의 간부들이 질책을 들었다는 것도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