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안 내리면…'나쁜기업' 낙인찍겠단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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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가격 인상기업' 명단 공개
재료값 내렸는데 가격 올린 기업
물가안정 위해 주기적으로 발표
라면 등 서민물가 품목 대거 포함
기업 "치솟은 인건비·유통비 무시
공개망신 전략으로 또 가격 압박"
분기별 '가격 인상기업' 명단 공개
재료값 내렸는데 가격 올린 기업
물가안정 위해 주기적으로 발표
라면 등 서민물가 품목 대거 포함
기업 "치솟은 인건비·유통비 무시
공개망신 전략으로 또 가격 압박"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기업의 명단을 전격 공개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동시에 기업의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 초반까지 조속히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재료값이 상승했을 때 기업에 가격 동결 및 인하를 요구한 정부가 이번엔 ‘낙인 효과’를 앞세워 기업들을 또다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물가감시 리포트엔 지역별 상품가격 편차뿐 아니라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사례가 담길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품목 목록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명단을 공개해 망신을 주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이다. 물가감시 리포트에 포함된 기업 및 품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모니터링 전담팀에서 중점적으로 법 위반 혐의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소비자단체는 2010년대 초반부터 물가감시 리포트를 발행해 왔다. 다만 원재료 가격 인하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을 망라하겠다는 계획으로, 빵 라면 커피 등 가공식품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전담 관리제 도입이 가공식품 물가를 조기 안정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작년 11월 5.1%까지 치솟았던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인 올 1월 1.9%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엔 1.2%까지 떨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의 절반까지 하락한 것이다. 정부는 물가 전담자를 지정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가격 동결 및 인하를 압박했다. 기업들도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가격 인상 계획을 잇따라 철회했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바로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치솟은 인건비와 유통비 등 다른 인상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인하만을 기준으로 기업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가격을 동결했다는 것이 상당수 식품기업의 설명이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억눌러온 가격 인상 요인을 무시한 채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무작정 제품 가격을 내리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 망신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 도입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소비자단체와 함께 물가 불안품목·분야 등에 대한 ‘소비자 물가감시 리포트’를 매 분기 공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도 담겼다.소비자 물가감시 리포트엔 지역별 상품가격 편차뿐 아니라 가격을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사례가 담길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품목 목록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명단을 공개해 망신을 주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이다. 물가감시 리포트에 포함된 기업 및 품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모니터링 전담팀에서 중점적으로 법 위반 혐의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소비자단체는 2010년대 초반부터 물가감시 리포트를 발행해 왔다. 다만 원재료 가격 인하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을 망라하겠다는 계획으로, 빵 라면 커피 등 가공식품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기업 “정부가 여론몰이 앞장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서민물가와 직결되는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른바 ‘빵 과장’ ‘라면 사무관’이다. 2012년 1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물가관리 책임실명제’와 닮은꼴이다.정부는 전담 관리제 도입이 가공식품 물가를 조기 안정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작년 11월 5.1%까지 치솟았던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인 올 1월 1.9%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엔 1.2%까지 떨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의 절반까지 하락한 것이다. 정부는 물가 전담자를 지정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가격 동결 및 인하를 압박했다. 기업들도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가격 인상 계획을 잇따라 철회했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하락이 곧바로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치솟은 인건비와 유통비 등 다른 인상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인하만을 기준으로 기업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해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가격을 동결했다는 것이 상당수 식품기업의 설명이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억눌러온 가격 인상 요인을 무시한 채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무작정 제품 가격을 내리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 망신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