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왼쪽 두 번째)가 지난 6일 경기 성남 분당구청에서 열린 분당갑 당원조직대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왼쪽부터),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참석했다.  한동훈 캠프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왼쪽 두 번째)가 지난 6일 경기 성남 분당구청에서 열린 분당갑 당원조직대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왼쪽부터),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참석했다. 한동훈 캠프 제공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제2의 연판장 사태’로 번졌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이 한동훈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다른 당협위원장들에게 동참 여부를 물은 사실이 드러나 7일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동훈 1강 구도’를 흔들기 위한 당내 ‘반한’(반한동훈) 그룹의 움직임이 조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친윤(친윤석열) 성향 당협위원장들은 한 후보의 사퇴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전화를 다른 당협위원장들에게 돌렸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요청 문자에 답하지 않은 한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다른 후보 측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 경선 선거관리위원이면서 전화 연락을 돌린 박종진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에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경원 의원을 압박해 출마를 접게 했던 연판장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7일 자신의 SNS에 “선관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닌 공적으로 (김 여사의)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스냐 노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고 썼다. 이어 “여론이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을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들이 똑똑히 보게 하자”고 했다.

사태의 배후로 반한·친윤 세력이 지목되자 원희룡 후보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나경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며 원 후보 측을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에 원 후보 측은 “저희 캠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연판장 프레임 자체가 악의적인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연판장 주동자들이 지금 특정 캠프의 핵심 멤버”라며 “진짜 연판장 사태의 주동자였던 사람들이 지금 사태를 연판장 프레임으로 짠다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한 후보 측을 겨냥했다. 한 후보를 돕는 장동혁·배현진·김형동 의원 등이 나 의원 연판장 사태 때 이름을 올린 초선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친윤계 주도의 제2 연판장 사태 논란으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여사 문자 논란을 계시로 이번 경선이 친윤 대 친한의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당내 인사는 “이제는 이러다 당이 쪼개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과 간여를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각 후보와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