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 청년 식당 방문한 총리…"생애주기 따른 지원 마련"
7일 서울 동숭동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 주방 위에 걸린 메뉴판에는 '김치찌개 3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의 김밥 한 줄 평균 가격(3423원)보다 싸다. 더구나 공깃밥은 '무한 리필'이다. 고물가에 모든 외식비가 '고공행진' 중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이곳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이 청년과 서민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음식값을 싸게 책정한 것이다. 판매 수익 외에 필요한 운영비는 모두 기업과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슬로우점을 비롯해 정릉점 이대점 낙성대점 제주점 등 전국에 5곳이 운영 중이다.

슬로우점은 지난 4월 1일 문을 열었다. 다른 점포와 달리 직원 10명 모두 경계선 지능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 장애(IQ 70 이하)는 아니지만, IQ 71∼84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다. 학업과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공식적인 장애로는 인정받지 못해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상호를 느리다는 뜻의 '슬로우(Slow)'로 정한 이유도 서비스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손님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슬로우점은 이틀 뒤 개점 100일을 맞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도 취업 100일을 맞는 것이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슬로우점을 찾았다. 한 총리는 "우리 10명의 청년들이 일하기 시작한 지 100일 됐다는 얘기 듣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이런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님과 이성복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관장님, 사회복지사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청년들에게 조리복과 꽃다발을 선물했다. 직접 김치찌개와 밑반찬, 수저 등을 서빙하고 청년들, 보호자들과 점심을 먹었다. 슬로우점 직원인 조재범 씨는 "제가 처음 일할 때는 첫 직장이어서 힘들고 어려웠는데 이제는 적응돼서 일하는 게 재밌다"며 "출근하는 날이 기다려지고 설렌다"고 했다.

보호자들은 한 총리에게 경계선 지능 청년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한 청년의 어머니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사회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달라"며 "청년기와 성인기를 접했을 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남보다 조금 느린 사람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실태조사를 시작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적절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