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물이 가득하다. 그중 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생트샤펠 대성당은 예술적·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이 성당을 짓기 시작한 13세기, 건축 일을 맡은 작업자(도편수)는 비례를 구하는 수학과 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블록으로 쓸 석재의 품질을 평가할 지식도 없었다. 당시는 그런 기준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시기였고, 당연히 표준화된 척도가 새겨진 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쇠막대, 분필, 밧줄만 주어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몇 세기가 지나도 살아남은, 아름다운 대성당을 지었다. 이에 대해 미국 일리노이대 공학교수인 빌 해맥은 생트샤펠 대성당이 공학적 사고의 정수가 담긴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공학에는 목표만 있을 뿐 정해진 과정도, 분명한 절차도 없기 때문에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경험칙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통해 정교한 대성당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 사는 도처에 공학이 있다, 그 결과가 우리 사는 세상 [서평]
해맥이 쓴 <삶은 공학>에는 이같이 공학적 사고를 활용한 사례가 담겨 있다. 그는 1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엔지니어 가이 비디오(engineerguyvideo)’를 운영하고 있다. 남성의 신체에 맞게 설계된 자전거에 불편함을 느끼고 여성에게 편한 자전거를 발명한 조지나 테리, 증기 터빈 발명가인 찰스 파슨스 등의 사례를 통해 공학적 발견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지 않는다. 최초로 상품화된 전구가 토머스 에디슨의 것이 아니라 하이럼 맥심이란 공학자의 것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힌다. 그는 “위인 한 사람만의 일화를 들려준다면 기술 개발에 필요했던 사람들의 기여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단독 발명가의 이야기는 관련된 모든 공학적 방법을 가려버린다”고 지적한다.

책은 공학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과 우리의 삶에 닿아 있음을 짚어낸다. 공학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우리도 모르게 작동하던 공학적 사고가 우리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