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환경 도전적…"英내 극우 약진·경제 부진 해결해야"
英스타머, 중도파 정상 대표주자 될까…나토 데뷔전에 이목
영국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극우 돌풍으로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 이제 갓 취임했는데도 대표적인 중도 성향 주요국 정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닷새째인 오는 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석을 위해 워싱턴으로 출발하며 18일엔 영국에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그는 취임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해 우크라이나 지지 등을 확인했고, EU 관계 강화를 위해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을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으로 급파했다.

스타머 총리의 외교무대 데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고, 특히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힘을 얻어 서방 민주주의 진영이 흔들리는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텔레비전 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으로 거센 사퇴론에 휩싸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세력의 돌풍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처럼 조기 총선이라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았으나 유럽과 자국 내 극우 대약진으로 타격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노동당이 과감한 '중도화 전략'으로 하원 의석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서방 주요국 중 드물게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중도파 정부가 새로 들어서게 된 것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무대에서 검증받은 적이 없는 스타머 총리가 갑자기 서방 최후의 인물로 떠올랐다"며 "겸손한 수준의 정책을 내세웠는데도 그렇다"고 짚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스타머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불안정한 동맹국의 격랑 속 희소한 중도파의 안정성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드러나지 않던 안정적, 전통적, 중도좌파적인 영국 이미지를 보여줄 기회"라고 지적했다.

英스타머, 중도파 정상 대표주자 될까…나토 데뷔전에 이목
이 신문은 "미 대선의 전개 방향에 따라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의 보루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다르지 않은 위치에 설 수도 있다"라고도 전망했다.

스타머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총선 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오직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정당만이 현재의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도 총선 직후 "우리가 근로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쫓겨나고 민족주의자들이 우리의 뒤를 쫓을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교훈"이라고 스카이 뉴스에 말했다.

다만, 스타머 정부가 주목받은 만큼 전통적인 서방 민주주의 국가로서 입지를 지키기에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은 계속된다.

극우 영국개혁당은 이번 총선 득표율에서 3번째로 높은 14.3%로, 영국 내 극우 세력의 확장을 확인했다.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좌파와 중도 세력 간에 벌어진 당내 분열은 여전히 스타머 정부의 고민이다.

또한 노동당이 국내총생산(GDP) 2.5% 수준의 국방비를 공약하는 등 안보를 강조하고 있으나 넉넉하지 않은 나라 곳간을 물려받았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NYT는 외교력과 경제력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영국 경제의 부진은 브렉시트와 함께 국제 무대에서 영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진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킴 대록 전 주미 영국대사는 NYT에 "이번 압승으로 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그에게 몰려들 수 있다"면서도 "그런 위치에 오르려면 영국 경제를 도약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英스타머, 중도파 정상 대표주자 될까…나토 데뷔전에 이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