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재정적자 끔찍한데…'독이 든 성배' 건네받는 새 정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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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랑스 등 줄줄이 문제 직면해
재정모범국 독일도 2010년대 들어 '적자국'
재정모범국 독일도 2010년대 들어 '적자국'
유럽에 들어선 새 정부들이 '독이 든 성배'를 건네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정 지출이 사상 최고치로 늘어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새로운 의회를 선출하는 영국 해협 양안의 유럽 국가들은 공공부채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과 예산 적자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난망하다. 국방비, 노령 연금 등 각 공공 부문마다 돈 들어갈 곳은 늘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차입 비용은 급증했다. WSJ는 "이 모든 상황들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하는 등 '재정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가리키지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이에 대한 대비를 이해시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지출 공약들을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의회 2차 투표의 출구조사에서 1위로 '깜짝 부상'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앞서 물가 동결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각종 보조금과 급여 인상, 세수 감소 등을 제안했다. 강경우파 성향의 국민연합(RN) 역시 전면적 감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민연금 수급 연령 인상안 철회 등을 내걸었다.
RN은 이날 출구조사에서 NFP와 범야권 등의 뒤를 이어 3위로 밀려났지만,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든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한 정당은 없었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공공 부문의 적자 비율은 GDP의 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정당들이 정부 구성에 합의하지 못해 의회가 공전하면 국가 부채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월 프랑스 국채 신용등급을 AA-로 강등시켰다.
영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4일 보수당을 제치고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은 국민건강서비스 등 공공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왔다. 영국 싱크탱크 IFS는 최근 "노동당을 포함한 모든 주요 정당이 매니페스토에서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벨 스톡턴 IFS 선임 경제학자는 "공공 부채 이자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전후 집권한 그 어떤 의회보다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43%에 불과했던 영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 규모는 2019년 86%에 이어 올해 104%를 넘길 전망이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 비율도 2007년 65%에서 2019년 97%, 올해 112%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공공 부문 적자 비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 포인트 높아졌다.
닐 시어링 수석 경제학자는 "더 이상 팬데믹과 관련 없는 지출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 대규모 재정 확대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유럽에서 재정 건전성 모범 국가로 통했던 독일도 2010년대 들어 흑자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의 공공 부채는 2019년 GDP의 108%에서 올해 123%로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적자 비율도 GDP의 약 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 비해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통계학적으로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세금을 인상할 여력도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또한 기축 통화인 달러화 국채에 투자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미국에 호재다.
영국 재정에 대한 독립적 분석을 제공하는 예산 책임 사무소의 데이비드 마일스는 "정부의 지출이 크고 경제 성장이 저조할 경우 채권 투자자들은 정부의 재정 상황을 불안하게 보고 국채의 안전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말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대규모 세금 감면과 차입을 발표해 채권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새로운 의회를 선출하는 영국 해협 양안의 유럽 국가들은 공공부채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과 예산 적자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난망하다. 국방비, 노령 연금 등 각 공공 부문마다 돈 들어갈 곳은 늘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인해 차입 비용은 급증했다. WSJ는 "이 모든 상황들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하는 등 '재정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가리키지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이에 대한 대비를 이해시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지출 공약들을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의회 2차 투표의 출구조사에서 1위로 '깜짝 부상'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앞서 물가 동결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각종 보조금과 급여 인상, 세수 감소 등을 제안했다. 강경우파 성향의 국민연합(RN) 역시 전면적 감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민연금 수급 연령 인상안 철회 등을 내걸었다.
RN은 이날 출구조사에서 NFP와 범야권 등의 뒤를 이어 3위로 밀려났지만,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든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한 정당은 없었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공공 부문의 적자 비율은 GDP의 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정당들이 정부 구성에 합의하지 못해 의회가 공전하면 국가 부채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5월 프랑스 국채 신용등급을 AA-로 강등시켰다.
영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4일 보수당을 제치고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은 국민건강서비스 등 공공 서비스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왔다. 영국 싱크탱크 IFS는 최근 "노동당을 포함한 모든 주요 정당이 매니페스토에서 어려운 선택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벨 스톡턴 IFS 선임 경제학자는 "공공 부채 이자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전후 집권한 그 어떤 의회보다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43%에 불과했던 영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 규모는 2019년 86%에 이어 올해 104%를 넘길 전망이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 비율도 2007년 65%에서 2019년 97%, 올해 112%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공공 부문 적자 비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 포인트 높아졌다.
닐 시어링 수석 경제학자는 "더 이상 팬데믹과 관련 없는 지출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 대규모 재정 확대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유럽에서 재정 건전성 모범 국가로 통했던 독일도 2010년대 들어 흑자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로 전환됐다.
미국의 공공 부채는 2019년 GDP의 108%에서 올해 123%로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적자 비율도 GDP의 약 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 비해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통계학적으로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세금을 인상할 여력도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또한 기축 통화인 달러화 국채에 투자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미국에 호재다.
영국 재정에 대한 독립적 분석을 제공하는 예산 책임 사무소의 데이비드 마일스는 "정부의 지출이 크고 경제 성장이 저조할 경우 채권 투자자들은 정부의 재정 상황을 불안하게 보고 국채의 안전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말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대규모 세금 감면과 차입을 발표해 채권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