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철
 KOTRA 광저우무역관 관장
김주철 KOTRA 광저우무역관 관장
한·중·일 정상회담 후 첫 한국 경제부처(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성정부 간 교류협력행사인 ‘한-광둥성 발전포럼’이 지난달 중순 서울에서 열렸다. 팬데믹 전 서울과 광저우에서 교대로 개최했는데 팬데믹으로 중단된 후 5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에서 양국 기업은 수소, 스마트제조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경제 1위 성(省)이며 중앙정부가 지정한 수소에너지 5대 중점 지역 중 하나인 광둥성은 수소에너지 분야에 ‘진심’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 모험일 수밖에 없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거나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표준에 들지 못하면 국가 재정은 물론이고 기업의 투자도 모두 매몰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광둥성은 꽤 자신이 있어 보인다. 이런 느낌이다.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가 주류가 되지 않더라도 우린 상관없다. 어차피 중국 시장은 크고, 우린 그린수소 제조에 자신 있다. 우리는 수소에너지 자체가 효율적인지 아닌지만 따지면 된다.’ 이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수소경제 최전선 도시인 광둥성 포산(佛山)시를 보면 알 수 있다. 황비홍과 이소룡의 고향이기도 한 포산시에는 10량짜리 수소트램과 1500대의 수소차(대형 상용차)가 운행 중이다. 포산시 수소센터 대형 상황판에는 이들 차량의 실시간 운행 위치, 점검상태 등이 표시된다.

광둥성은 수소 모빌리티 발전뿐만 아니라 단가 경쟁력 확보, 발전·에너지저장·선박사용 등 수소경제 전체 분야에 걸쳐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수소차량 1만 대 이상 운영, 수소 연공급 10만t 이상, 충전소 200개 이상, 차량용 수소가격 ㎏당 30위안 이하 인하를 목표로 제시했다.

포산시의 생산 현장에서도 수소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축용 타일 세계 최대 생산지인 포산은 고열로 타일을 굽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절감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인데, 선두기업 중 한 곳은 고열 가공에 암모니아와 수소를 투입한 공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열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이 공법은 수백 개에 이르는 타일기업에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다. 효율은 높아지면서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광저우무역관이 지원하고 있는 대한(對韓) 투자기업이기도 한 중국 2위 풍력발전기 기업인 M사는 “수소시대가 빨리 올수록 우린 더 좋다”며 수소시대 도래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유(浮游)식 풍력발전기 설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청정에너지로 만드는 수소, 즉 그린수소 생산에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바다가 바람의 강도와 항상성이 가장 좋아 효율 면에서 풍력발전기는 먼바다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기술, 비용 문제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풍력발전기는 해수면보다 육지에 많은 것이 현실이다.

M사는 독보적 기술로 먼바다에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무제한, 무료로 확보 가능한 품질 좋은 바람으로 24시간 그린수소를 생산한 뒤 육상으로 운송한다. 당연히 수소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적 있는 상하이의 수소발전소 운영 기업은 풍력,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미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의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동경의 눈으로 봐야만 했던 중국은 절치부심 끝에 전기차 1위 생산국가가 됐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방대한 시장과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은 이제 수소시대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형 상용차 분야에서는 이미 최대 생산국가가 됐고, 수소에너지 분야 생태계 역시 넓이와 깊이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 주요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이런 자신감 속에 한발 한발 수소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만난 광둥성 정부, 기업들은 수소경제 발전의 속도와 범위가 너무 빠르고 커서 한국 기업과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길 희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소형차 수소연료전지 분야뿐 아니라 저장, 수송, 발전 등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