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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이다. 배터리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각 소재가 배터리 셀에서 차지하는 가격 비중은 양극재 50%, 음극재 15%, 분리막 13%, 전해질 6%, 동박 5% 등이다. 4대 소재의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그만큼 이들 소재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이 배터리 셀의 상품성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분리막과 전해질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본다.

○배터리 안정성 높이는 분리막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얇게 더 얇게…R&D 경쟁
안정성을 담당하는 분리막은 네 가지 역할을 맡는다. 첫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분리해준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 전해질이 말라 양극과 음극 사이 단락(short)이 발생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절연층인 분리막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준다. 둘째, 눈에는 보이지 않는 ‘포어(pore)’라는 기공을 통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한다. 이 통로로 리튬이온은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 배터리가 충·방전된다.

셋째, 배터리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분리막 표면에 있는 기공이 막히면서 리튬이온 이동을 차단한다. 뜨거운 열에 비닐이 수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열이 오르는 상황에서 기공을 닫아 단락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높은 기계적 강도를 지닌 분리막은 강한 힘을 받을 때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이물질이 두 극 사이를 오가는 것을 막는다. 역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분리막의 역할 자체는 배터리 용량과 무관하다. 하지만 분리막의 두께가 얇으면 같은 부피 내 양극과 음극 활물질을 더 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분리막 두께를 줄이는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박막 분리막의 두께는 5~30마이크로미터(㎛)로 매우 얇다. 기공의 크기는 10~500나노미터(㎚) 정도다. 배터리업체들은 기계적 강도는 더 높으면서 두께는 더 얇은 분리막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리막 제조 방식은 습식과 건식 두 가지로 나뉜다. 리튬이온이 오가는 기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갈린다. 건식 제조는 필름 원단을 당겨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결정의 계면 사이를 벌려 기공을 만드는 방식이다. 비교적 제조 공정이 간단하다. 습식 제조는 PE에 기름을 섞고 여러 첨가제를 넣어 고온과 고압으로 반죽해 필름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후 분리막을 냉각해 성형할 때, PE와 기름이 분리된다. 그 기름을 용매 추출로 뽑아내면 그 빈 자리가 기공이 된다.

건식과 습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건식은 제조 공정이 간단하지만 기공의 크기가 불균일하고 습식과 비교해 기계적 강도가 약하다. 습식은 기공 크기를 균일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과거 분리막엔 ‘베이스 필름’이라는 원단 필름 소재를 하나만 사용했는데 최근엔 분리막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코팅 방식을 적용한다.

코팅을 통해 분리막의 안전성은 한층 높아졌다. 코팅 방식은 내열 코팅과 접착 코팅으로 나뉜다. 내열 코팅은 분리막 원단 필름에 고내열 바인더와 세라믹 입자를 코팅해 원단의 수축을 억제한다. 접착 코팅은 분리막 원단 필름에 접착 바인더를 코팅하고 이를 극판과 접착해 안전성을 높이고 변형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국내 분리막 기업으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더블유씨피, LG화학이 있다.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와 합작공장 형태로 분리막을 생산 중이다. 삼성SDI는 분리막 코팅 기술을 내재화했다. 2013년 자체 연구개발을 시작해 2014년 구미사업장에 분리막 생산라인을 지었다. 이 회사는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 코팅, 바인딩 코팅을 동시에 하는 ‘고내열성 접착 분리막’을 개발한 바 있다.

○리튬의 ‘운하’ 전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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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질은 배터리 속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하는 물질이다. 양극과 음극의 표면을 안정시켜 배터리 수명과 특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전자는 걸러내고 리튬이온만 빠르고 안정적으로 통과시켜 ‘리튬이온의 운하’라고도 불린다. 전해질 기업으로는 솔브레인홀딩스,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엔켐, 천보 등이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대부분은 액체 상태의 전해질(전해액)을 사용하고 있다. 리튬염이 유기용매에 녹아 있는 형태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이온화된 리튬은 전해질을 통해 음극으로 이동하고 음극재(흑연)에 자리 잡는다. 전해질이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통상 배터리 원리를 설명하는 그래픽을 보면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헤엄쳐 이동하는 식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리튬이 전달되는 것이기에 통로가 아니라 ‘통로 역할’을 한다. 양극에서 빠져나온 리튬이온이 전해질에 녹아 있는 리튬을 밀면서 음극으로 전달되는 구조라서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는 반대다. 음극재에 있던 리튬이온이 전해질로 나오면 기존에 전해질에 녹아 있던 리튬이온이 한 자리씩 밀리고 밀려 양극재 안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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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질은 리튬염, 유기용매, 첨가제 등 3요소로 구성됐다. 커피(리튬염)를 녹인 물(유기용매)에 설탕(첨가제)을 넣은 상태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커피, 물, 설탕이 다르듯 리튬염, 유기용매, 첨가제도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리튬이온이 서로 밀리면서 양극과 음극으로 전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해질에 리튬이온이 많을수록 충·방전에 유리하다. 첫 번째 구성 요소인 리튬염을 고를 때 ‘해리’(dissociation·화합물이 분리되는 현상)가 잘 되는 소재를 채택해야 하는 이유다. 자주 쓰이는 리튬염은 LiPF6(리튬·인산·불소로 구성)다. 이온의 이동, 용해도, 화학적 안정성 등에서 다른 염보다 우수하다.

일상에서 쓰는 아세톤, 에탄올 등인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녹이는 액체다. 리튬은 물과 만나면 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금속이라 유기용매를 사용한다. 유기용매는 물에 잘 녹지 않고 휘발이 잘되며 세정력이 좋고 특이한 냄새가 난다. 전해질의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잘 녹여 리튬이온이 원활히 이동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특성을 지녀야 한다. 첫째, 이온 화합물을 잘 분리할 수 있도록 용해도가 높아야 한다. 둘째, 이온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게 점도가 낮아야 한다. 소재 기업들은 이온전도도(이온 전달 효율)를 높이기 위해 용매를 혼합해 사용한다. 셋째, 화학 반응성이 낮아야 한다. 용매가 양극과 음극에 반응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중요한 조건이다.

설탕 역할의 첨가제는 특정 목적으로 소량만 쓰는데, 배터리의 안전성 및 성능 관련 여러 기능을 한다.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문제를 첨가제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첨가제는 양극용과 음극용으로 나뉜다. 양극용 첨가제는 양극의 구조를 안정화하거나 표면을 보호한다. 이를 통해 열화를 억제하고 발열 현상을 개선해 과충전을 방지한다. 음극용 첨가제는 음극에 튼튼한 막을 형성하고 수명을 늘린다. 또 발열을 줄이거나 용량을 유지해 가스 발생을 줄인다.

양극용과 음극용 첨가제는 모두 용매에 잘 녹고 화학적으로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배터리가 요구하는 스펙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요즘엔 고전압 배터리 수요가 느는 데 따라 양극과 음극을 모두 보호하는 첨가제를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중에 들어간 이물을 제어해 불량을 잡아주는 첨가제도 있다. 정리하자면 첨가제는 전해질에서 절대적인 함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수명 개선, 고온 특성 개선, 저항 감소 등 전해질 전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김형규 기자/도움말=삼성SDI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