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신분·동행명령권 적법성 논란…법조계 "불리한 진술 강요" 지적
법조인 출신 법사위원 상당수…이해충돌 등도 쟁점 거론
검사 탄핵 청문회 연다는 野, 불출석 검토하는 檢…법적 근거는
현직 검사 4명에 대해 발의된 탄핵소추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사이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개최를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고, 검찰은 당사자들의 불출석으로 맞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금주 중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탄핵안의 조사 절차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안이 법사위 조사를 거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그 배경과 내용만이 아니라 세부적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조사 절차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쟁점이 거론된다.

◇ 쟁점 ① 탄핵 대상 검사, 증인으로 출석 요구할 수 있나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삼는 것은 국회법 제131조다.

이 조항은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으면 증거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그 방법 등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한다.

다만 이에 따라 청문회가 열리더라도 당사자인 검사들을 청문회장에 부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법조계에서는 우세하다.

국정감사법 제10조 1항은 상임위가 의결을 통해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국회법은 탄핵안이 발의된 당사자를 '소추대상자'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법규상 출석 요구 대상 신분에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명문화된 규정을 따지지 않더라도 당사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사자가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위증하면 벌을 받겠다'는 선서를 해야 하는데, 이는 당사자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셈이 될 수 있어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법에 따라 누구나 자기에게 형사 책임이나 기타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며 "탄핵 소추처럼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시키는 자리에 세우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헌법을 전공하는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 역시 "당사자를 증인으로 세운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민우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피고인과 탄핵소추 대상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며 "국정감사법에 증인과 피고인을 구분해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증인으로 해석해서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사 탄핵 청문회 연다는 野, 불출석 검토하는 檢…법적 근거는
◇ 쟁점 ② 동행명령 등으로 출석 강제할 수 있나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강제력 행사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에서 "증인이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도 있고, 증인 불출석에 대해 처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행명령이 가능한지 역시 법 조항을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는 국감·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의결을 통해 위원장이 동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근거 법률상 동행명령이 가능한 범위가 '국감이나 국정조사'로 한정된 만큼 청문회에까지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한 변호사는 "명령 자체가 구속력을 전제로 하는데, 구속력을 가지려면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근거가 없어선 안 된다"며 청문회에서는 동행명령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동행명령 대상을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청문회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의 제안 이유에는 "현행법상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 등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청문회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는 내용이 기재되기도 했다.

다만 장 교수는 "처음부터 동행명령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몇 차례 출석 거부를 했을 때 동행 명령을 하는 제도들은 여기저기 있다"며 "다만 강제 구인할 정도의 사안인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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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점 ③ 법조인 출신 법사위원들, 이해충돌 가능성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가 열리고 검사들이 출석할 경우, 일종의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국회법은 의원이 소속 위원회의 안건 심사, 국감 또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 회피를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이 규정한 이해충돌의 대상으로는 의원 임기 개시 전 2년 이내에 대리하거나 자문한 개인·법인·단체, 의원과 정해진 범위의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퇴직 공직자 등이 포함된다.

이해충돌의 범위를 구체화할 국회 규칙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법사위원 중에 법조인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논란의 소지는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일례로 박상용 검사의 탄핵 사유 가운데에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회유 등 위법 수사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구속영장과 관련한 피의사실 공표 등이 포함됐다.

법사위원 가운데 박균택 의원의 경우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범위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이건태 의원은 직접 이 전 대표를 변호하지는 않았지만, 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한 이력이 있다.

이성윤 의원의 경우 엄희준 검사의 탄핵소추 사유인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관련 진정사건을 지난 정부 검찰이 조사할 때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진정사건을 조사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이후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로 재검토까지 이뤄졌으나 대검에서도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