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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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판단을 내릴 때 완화적 통화정책보다 엄격한 정부 운영 여부에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확대 및 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이를 재정 건전성 악화 신호로 판단하고 오히려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올해 4월 초부터 투자자들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등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는 국가의 채권을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채권 시장 참가자들은 재정적 경계심을 유지하는 국가의 경우 수익률이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채권이라도 기꺼이 매입하고 있다. 2분기 내내 이러한 경향은 굳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이집트 등 국채 시장 상위 국가들은 모두 재정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 등 재정 적자 규모가 늘고 있는 국가들의 국채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알리언스번스타인의 안드리안 두 토이트 신흥시장 연구이사는 "재정 동향이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이는 각국에서 놀라운 선거 결과와 정치 및 재정 동향이 잇따라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중금리가 계속 높게 지속된다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더라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인식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신흥 시장 채권 투자자들은 최근 2년 간 높은 수익률의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가장 매파(통화 긴축)적인 중앙은행이 있는 국가들이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멕시코는 현지 채권 투자자들에게 37%의 수익을, 브라질은 22%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폴란드와 콜롬비아 국채도 각각 18%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통화 정책이 너무 비둘기파(통화 완화)적이라는 이유로 가장 낮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통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위험 프리미엄'을 다시 중요 요소로 고려하면서다. 신흥시장 국가의 달러 표시 정부 부채가 미국 국채에 비해 제공해야 하는 추가 수익률(스프레드)은 올해 2분기에 2022년 이후 가장 큰 분기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신흥시장의 재정 상황이 불안정하거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이 이러한 채권을 더 위험하게 보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됐다는 의미다.

재정 정책이 엄격하면 정부의 부채 관리 능력이 높아지고, 이는 국가 채권의 신뢰성을 높인다. 반면 재정 정책이 느슨하면 정부의 부채가 증가하고, 채권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긴축적인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국채가 가장 큰 보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신임 대통령으로 집권한 이후 재정 건전성 강화와 인플레이션 통제 조치를 시행한 결과 2분기 현지 통화(페소) 표시 국채 수요가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브라질 국채는 2분기 신흥시장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페르난도 하다드 재무장관이 국가 재정을 보강하기 위한 지출 삭감을 발표한 후에야 채권 손실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채권도 '조코위 2기' 정부가 부채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초반에는 대거 매도됐으나 새 정부가 이를 철회한 이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조셉 커스벨트슨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 신흥시장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재정 긴축과 통화 긴축 모두를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 블레어 투자운용사의 이베트 바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시장에서 재정 개혁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거시경제 정책의 신뢰성에 계속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