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전 주일대사 니어재단 회의 기조연설서 주장
"한중일 안보협력 필요…군 수뇌부간 소통채널 만들어야"
미중 경쟁 심화와 북러 군사협력 등으로 동북아시아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한중일 전문가들이 3국간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8일 니어재단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회의 기조연설에서 "퇴역 장성의 대화 플랫폼부터 시작해 3국 군 수뇌부 간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핵 위협, 미중경쟁으로 지역의 전략적 지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3국 간 다른 분야에 비해 정치안보 분야 협력이 어렵지만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신 전 대사는 "우발적인 사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핫라인뿐 아니라 상시적 안보대화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며 "낮은 수준의 신뢰 구축 조치부터 우선 시작해 진전 정도에 따라 점차 높은 수준의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정세 악화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면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린 교수는 "미국이 군사동맹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 하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동북아·아태지역의 가장 큰 위협은 서구 패권국들이 중국도 강해지면 패권을 추구하고 다른 나라를 통제·약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다른 나라에 줄서기를 강요하고 중국과 디커플링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중요 무역 파트너인 한국·일본이 강대국 사이 '네거티브섬게임'(참가자들이 무엇을 선택해도 결과가 마이너스가 되는 게임)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린 교수는 "서방은 강력해지면 상대국을 식민지화했지만 중국은 그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3국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공동 협력해서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면서 지속적 발전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겐 전 일본 방위상도 기조연설에서 "세계는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의 모멘텀을 활용, 협력을 강화해 지역의 안정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한중일 3국이 신뢰 구축에 힘쓰고, 가드레일을 만들어서 서로 준수하는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정착시키면서 분쟁 예방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