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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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금융지주 종목 분석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주시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밸류업 관련주의 ‘옥석 가리기’ 차원에서다. CET1은 주주환원 규모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지표다. 증권사들은 특히 KB금융의 CET1 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최근 한 달 10.84% 올랐다. 이날은 1.47% 하락했으나, 전 거래일엔 역대 최고 종가인 8만8200원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35조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12.77%) 하나금융지주(7.54%) 우리금융지주(4.61%)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곤 대체로 실적이 준수했지만, 정부 정책에 발맞춰 주주환원에 적극었단 점에서 투자자 이목이 쏠려온 종목들이다. 실제로 이들 상장사는 올들어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방식 도입 △주당 배당금 상향 △자사주 소각 결정 공시 등을 잇따라 제시하며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주환원 청사진이 일괄적으로 발표된 만큼, 규모 확장과 지속성 여부는 회사마다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CET1 비율을 따져보면 하반기 주주환원 향방을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CET1은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다.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따진다. 수치가 클수록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잘 흡수할 수 있다. 통상 13%가 각사 목표치며, 이를 넘으면 부담 없이 주주환원 정책을 펼 수 있다.

증권사에선 CET1 비율이 안정적인 KB금융에 기대가 크다. KB금융의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491억원에 달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지주에 이어 2위다. 비은행 계열사의 준수한 순이익이 바탕이다. 순이익이 늘면 CET1 비율도 커진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1분기 CET1 비율이 13.42%로 경쟁사 중 가장 높았고,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며 “높은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올해 총주주환원율 40%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4000억원까지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른 지주들은 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확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부분 2분기 CET1 비율이 13%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비율 낙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외화자산이 많아 원·달러 환율 상승에 타격을 입은 데다, 기업대출을 적극 늘렸던 점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 2분기 말 CET1 비율은 3월 말 12.9%보다 10~20bp 하락할 전망”이라며 “하반기에도 자본비율 부담으로 인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추진이 CET1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