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의 관계는 정원처럼 가꿔야 … 지금이 가장 사이 좋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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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인터뷰
10일 예술의전당서 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
최수열 지휘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10일 예술의전당서 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
최수열 지휘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유명 콩쿠르 우승, 주요 악단 및 공연장에서의 연주, 일류 레이블과 음반 발매. 세간에서 말하는 클래식 연주자의 성공 루트는 대략 이렇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독보적인 프로 연주자로 자리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6)는 성공 도식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파고든 연주자다.
조진주는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끝으로 '콩쿠르와의 작별'을 고했다. 지나친 경쟁과 평가 일변도의 환경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취지였다.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2021)를 통해서는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음악가의 현실을 고백했다. 클래식 장르 외에도 록과 헤비메탈, K팝 등 다채로운 음악 장르를 즐긴다는 조진주는 연주회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밝은 탈색머리를 하기도 했다. 클래식계에서는 한때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튄다'고 표현했지만, 색다른 해석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꾸준히 성장하는 그를 보며 이제는 '색이 뚜렷한 연주자'라고 말한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둔 조진주를 한국경제신문사 사옥에서 지난 8일 만났다. 그는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이번 무대에서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20세기 주요 작곡가 중 하나인 코른골드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한 인물.
이날 조진주는 "리듬, 화성 등 여러 정형화된 틀이 깨지기 시작한 20세기 음악과 잘 맞는 편"이라며 "화성의 변화, 영화 음악적 색채 등을 생각하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른콜트 작품은 난해해서 해석이 쉽지 않아요. 화성 변화가 급진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죠. 이런 진행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해요. 또, 영화음악 작곡가인만큼 할리우드의 느낌과 톤을 반짝거리게 살리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이번에 함께하는 최수열X한경아르떼필과는 2022년에도 한 무대에 선 바 있다. 특히 지휘자 최수열과는 여러 차례 손을 맞춘 음악적 파트너라고. 그는 "(최수열은) 호흡이 제일 잘 맞는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협연 지휘에 독보적인 분이라 협연자를 실내악 하듯 편하게 해주는 지휘자"라고 설명했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조진주의 음악 인생에서 주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비넨 음대 종신교수로 임용되며 교육자로서 한발 더 내딛었다. 오는 9월부터 이 학교에서 일하는 그는 "음악가에게 안정적인 직업은 의미가 있다"며 "직장과 직함이 생긴 덕분에 음악적, 경제적으로도 매우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미국 클리브랜드, 오벌린 음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일했고,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부교수로도 있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음악가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온 조진주는 스스로 "교수라는 직업과 잘 맞는편"이라고 평가했다.
"사람들 앞에서 스타처럼 돋보이는 것보다는 혼자 공부하는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공부를) 하다보면 기력이 충전이 돼서 연주할때 더 에너지가 생겨요.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가르치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연주 기회가 더 많이오기도 해요. 경제적인 안정이 있으니 (개런티를) 신경쓰지 않고 공격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연주자가 연주에만 골몰해야한다는 건 예전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쟈닌 얀센도 티칭을 하는걸요!(웃음) "
마지막 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10여 년의 시간은 그는 어떻게 성장시켰을까. 조진주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1위라는 게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난 데 없는 연주를 해서 그에 대한 상당히 긍정적인 보상을 얻은 거잖아요. 그러니 이걸 벗어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갇히기 쉬워요. 저는 티칭하면서도 생각이 많이 열리게 됐고,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면서 점점 (그런걸) 하나씩 놓게 되더군요."
30대 중반에 접어든 조진주는 "지금보다 음악가로서 만족스러운 시기는 없었다"고 말한다. 콩쿠르에 우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클래식 음악가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했던 10대와 20대를 거쳐 지금은 어떤 시기보다도 음악과 사이가 좋은 상태라고. 그동안 정원을 가꾸듯, 음악과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는 것. 음악제를 만들어 좋아하는 음악가들에게 장을 만들어준다는 것. 이런 환경이 제가 음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줘요. 직접 이렇게 환경을 가꿔온 것에 성취감을 느끼죠. 요즘에는 이런 환경에서 제가 관심있는 것을 더 깊게 파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껏 살던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에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조진주는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끝으로 '콩쿠르와의 작별'을 고했다. 지나친 경쟁과 평가 일변도의 환경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취지였다.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2021)를 통해서는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음악가의 현실을 고백했다. 클래식 장르 외에도 록과 헤비메탈, K팝 등 다채로운 음악 장르를 즐긴다는 조진주는 연주회에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밝은 탈색머리를 하기도 했다. 클래식계에서는 한때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튄다'고 표현했지만, 색다른 해석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꾸준히 성장하는 그를 보며 이제는 '색이 뚜렷한 연주자'라고 말한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둔 조진주를 한국경제신문사 사옥에서 지난 8일 만났다. 그는 지휘자 최수열이 이끄는 이번 무대에서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20세기 주요 작곡가 중 하나인 코른골드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한 인물.
이날 조진주는 "리듬, 화성 등 여러 정형화된 틀이 깨지기 시작한 20세기 음악과 잘 맞는 편"이라며 "화성의 변화, 영화 음악적 색채 등을 생각하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른콜트 작품은 난해해서 해석이 쉽지 않아요. 화성 변화가 급진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죠. 이런 진행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해요. 또, 영화음악 작곡가인만큼 할리우드의 느낌과 톤을 반짝거리게 살리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이번에 함께하는 최수열X한경아르떼필과는 2022년에도 한 무대에 선 바 있다. 특히 지휘자 최수열과는 여러 차례 손을 맞춘 음악적 파트너라고. 그는 "(최수열은) 호흡이 제일 잘 맞는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협연 지휘에 독보적인 분이라 협연자를 실내악 하듯 편하게 해주는 지휘자"라고 설명했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조진주의 음악 인생에서 주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비넨 음대 종신교수로 임용되며 교육자로서 한발 더 내딛었다. 오는 9월부터 이 학교에서 일하는 그는 "음악가에게 안정적인 직업은 의미가 있다"며 "직장과 직함이 생긴 덕분에 음악적, 경제적으로도 매우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미국 클리브랜드, 오벌린 음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일했고,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부교수로도 있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음악가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온 조진주는 스스로 "교수라는 직업과 잘 맞는편"이라고 평가했다.
"사람들 앞에서 스타처럼 돋보이는 것보다는 혼자 공부하는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공부를) 하다보면 기력이 충전이 돼서 연주할때 더 에너지가 생겨요.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가르치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연주 기회가 더 많이오기도 해요. 경제적인 안정이 있으니 (개런티를) 신경쓰지 않고 공격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연주자가 연주에만 골몰해야한다는 건 예전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쟈닌 얀센도 티칭을 하는걸요!(웃음) "
마지막 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10여 년의 시간은 그는 어떻게 성장시켰을까. 조진주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1위라는 게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난 데 없는 연주를 해서 그에 대한 상당히 긍정적인 보상을 얻은 거잖아요. 그러니 이걸 벗어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갇히기 쉬워요. 저는 티칭하면서도 생각이 많이 열리게 됐고,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면서 점점 (그런걸) 하나씩 놓게 되더군요."
30대 중반에 접어든 조진주는 "지금보다 음악가로서 만족스러운 시기는 없었다"고 말한다. 콩쿠르에 우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클래식 음악가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했던 10대와 20대를 거쳐 지금은 어떤 시기보다도 음악과 사이가 좋은 상태라고. 그동안 정원을 가꾸듯, 음악과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는 것. 음악제를 만들어 좋아하는 음악가들에게 장을 만들어준다는 것. 이런 환경이 제가 음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줘요. 직접 이렇게 환경을 가꿔온 것에 성취감을 느끼죠. 요즘에는 이런 환경에서 제가 관심있는 것을 더 깊게 파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껏 살던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에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