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책임지지 않는 사회, 보이지 않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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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형식과 명분에 집착해
부국강병 도외시했던 조선처럼
정치권, '역사의 교훈'서 눈 돌려
리더는 헌신하고 책임지는 자리
전문가 의견 중시하고 뚝심 있게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전념해야
김종민 S&L파트너스 변호사
부국강병 도외시했던 조선처럼
정치권, '역사의 교훈'서 눈 돌려
리더는 헌신하고 책임지는 자리
전문가 의견 중시하고 뚝심 있게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전념해야
김종민 S&L파트너스 변호사
일본 구마모토에 울산마치라는 노면전차역이 있다. 임진왜란 때 울산에 주둔했던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울산에 거주하던 조선인을 포로로 잡아가 살게 했던 곳이다.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포로는 1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조선으로 돌아온 포로는 5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노예 신세가 됐다. 나가사키에 번성했던 노예시장에서 조총 1정에 조선 노예 40명을 살 수 있었고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유럽까지 팔려나갔다. 글만 읽다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진출한 조선 관료들은 현실감각과 실천력이 부족했다. 형식과 명분을 중시하며 당쟁을 일삼다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지만 끝내 부국강병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 송나라와 명나라의 서원은 400여 개에 불과했으나 조선은 680개가 설립돼 각종 적폐의 온상이 됐다. 영국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던 영·정조 시대에 제대로 된 마차 하나 없던 조선이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한국 정치는 불행한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조선으로 퇴행하고 있다. 절대다수 의석의 야당은 국회 개원 직후부터 당 대표 방탄을 위한 폭주를 거듭하고 민생과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5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가 의료시스템 붕괴와 대형 병원 도산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정부에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위한 정치적 결단은 계속 미뤄진다. 골치 아프고 답을 찾기 어려운 ‘이상 관리’에 집중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들이 하급자들에게 맡겨 둬야 할 ‘정상 관리’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권위는 의무와 함께한다. 날아오르는 모든 것은 그 비상의 아름다움만큼 정직한 헌신을 요구한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자신의 몫보다 더 적은 대가를 얻는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균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을 앞서가야 하고 이것이 정치리더십이다. 정치에서 말하는 ‘좋은 성과’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필요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입법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안은 추상적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과제임을 유념해야 하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는 어제의 유산과 오늘의 이익과 내일의 희망을 동시에 책임지는 존재”라고 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고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고 첨단산업 생산 능력이 국력을 결정한다. 특별한 정치리더십과 정부의 능력이 요구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강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만 약자는 강요된 일을 인내해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지적은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이 시대에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무능한 정부와 분열된 정치를 갖는다면 우리는 망한다는 사실이다.
폭풍이 몰아칠 때 버텨내는 힘이 국력이다. 인간은 우연과 필멸의 한계 속에서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의 실현을 위한 온건주의는 미덕이 아니다. 우리는 번영의 빈틈을 메울 것인지 아니면 무서운 힘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사회를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일부 세력에 의한 정치적 갈등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목소리만 큰 비전문가나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정치는 여론에 의해 움직여질지 모르지만, 국가와 사회는 여론에 의해 발전하지 않는다. 능력 중심의 열린 국가 운영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인재를 중용하고 유능한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리더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혼돈 가득한 이 시대에 자신은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국민은 천국에 보내길 원하는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한국 정치는 불행한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조선으로 퇴행하고 있다. 절대다수 의석의 야당은 국회 개원 직후부터 당 대표 방탄을 위한 폭주를 거듭하고 민생과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5개월 넘게 이어지는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가 의료시스템 붕괴와 대형 병원 도산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정부에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위한 정치적 결단은 계속 미뤄진다. 골치 아프고 답을 찾기 어려운 ‘이상 관리’에 집중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들이 하급자들에게 맡겨 둬야 할 ‘정상 관리’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닌가.
권위는 의무와 함께한다. 날아오르는 모든 것은 그 비상의 아름다움만큼 정직한 헌신을 요구한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몫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자신의 몫보다 더 적은 대가를 얻는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균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을 앞서가야 하고 이것이 정치리더십이다. 정치에서 말하는 ‘좋은 성과’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필요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입법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사안은 추상적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과제임을 유념해야 하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는 어제의 유산과 오늘의 이익과 내일의 희망을 동시에 책임지는 존재”라고 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고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고 첨단산업 생산 능력이 국력을 결정한다. 특별한 정치리더십과 정부의 능력이 요구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강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만 약자는 강요된 일을 인내해야 한다”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지적은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이 시대에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무능한 정부와 분열된 정치를 갖는다면 우리는 망한다는 사실이다.
폭풍이 몰아칠 때 버텨내는 힘이 국력이다. 인간은 우연과 필멸의 한계 속에서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의 실현을 위한 온건주의는 미덕이 아니다. 우리는 번영의 빈틈을 메울 것인지 아니면 무서운 힘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사회를 분열시키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일부 세력에 의한 정치적 갈등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목소리만 큰 비전문가나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정치는 여론에 의해 움직여질지 모르지만, 국가와 사회는 여론에 의해 발전하지 않는다. 능력 중심의 열린 국가 운영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인재를 중용하고 유능한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리더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형태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혼돈 가득한 이 시대에 자신은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국민은 천국에 보내길 원하는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