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베릴 소강…유가 1% 하락 [오늘의 유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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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베릴이 원유 생산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낮아지자 국제 유가가 1% 가량 하락해 일주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주동안 허리케인 베릴이 멕시코만과 텍사스의 석유 생산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유가가 뛰었지만 영향이 크지 않아 상승분을 반납하면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만기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1.13% 하락한 배럴당 82.2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0.99% 내린 배럴당 85.68달러에 거래됐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8일 국제 유가/자료=오일프라이스
8일 국제 유가/자료=오일프라이스
베릴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천연 가스를 생산하는 지역인 걸프만과 텍사스주를 강타했다. 8일 오전 허리케인 1등급으로 텍사스주 마타고다 카운티 인근에 상륙했다. 허리케인 1등급은 허리케인 5개 등급 중에서는 가장 낮은 등급이다. 마타고다는 미국 최대 원유 수출 항구인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북동쪽으로 약 240km 떨어져있다.

베릴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며 내륙으로 이동하며 텍사스와 휴스턴 인근 지역에서는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50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원유 공급 시설에서도 주요 항구가 폐쇄되고 정유소 운영도 중단되는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및 가스 대기업인 쉘, BP, 쉐브론 등은 최근 허리케인 상륙에 대비해 미리 일부 인력을 철수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후 베릴은 열대성 폭우로 위력이 약화되며 시속 130km에서 시속 100km로 속력이 줄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겔버앤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를 통해 "(허리케인의) 일부 위험 완화 흐름이 하락세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며 "허리케인 베릴의 상륙에 앞서 투자자들이 위험 헤지(방어) 차원에서 원유 선물 매수세에 돌입했으나, 지역 원유 시설이 비교적 적은 피해를 입자 헤지가 해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수석 분석가는 8일 메모에서 "허리케인 베릴의 최악의 시나리오 중 일부가 다행히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도 유가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가자지구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휴전 계획에 대한 회담이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로 진행 중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4일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에 새 휴전안을 전달했다. 기존에 고수하던 선제적 영구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16일간 군인과 성인 등 남은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 철수를 중재국이 보증하고, 6주간 영구 휴전에 관해 협상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마스 내에서는 휴전을 둘러싼 이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고위 인사 상당수는 하마스 지도부에 "미국 측이 제시한 휴전안을 받아들이라"며 휴전 합의를 촉구했다고 AP는 8일 보도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