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최중량급 우승한 간판
날렵한 기술 유도로 우승 도전…프랑스 영웅과 일본 전설의 아들 꺾어야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⑨ 유도 김민종
유도 남자 100㎏ 이상급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 불린다.

해당 체급은 몸무게에 제한이 없어서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기에 유리하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 역사상 남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9개 금메달을 쓸어 담았던 일본도 해당 대회 남자 100㎏ 이상급에선 메달 획득조차 실패했다.

'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 김민종(양평군청)의 등장은 그래서 더 반갑다.

김민종은 축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대를 이어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3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체격이 남달랐던 김민종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고, 그의 부모님은 에너지라도 쏟아내라며 동네 유도장에 데려갔다.

김민종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럭무럭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 상패를 싹쓸이했고,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12월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2019년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김민종은 해당 체급에서 오랜 기간 일인자로 군림하던 대선배 김성민을 꺾고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도쿄 올림픽에선 경험과 경기 운영 방식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16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세계랭킹 2위를 달리던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의 노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규시간 종료 30초를 남기고 절반을 내줘 패했다.

김민종은 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바로 내일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파리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⑨ 유도 김민종
실패를 경험한 김민종은 해당 체급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더니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유쾌한 사고'를 쳤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민종은 준결승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를 모로걸기 절반으로, 결승에선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꺾었다.

세계 최정상에 선 김민종은 이제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최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만난 김민종은 "준비한 것만 제대로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⑨ 유도 김민종
신장 184㎝, 체중 135㎏의 김민종은 한국 선수로는 체격이 좋은 편이지만, 세계 무대 해당 체급에선 왜소한 편에 속한다.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만났던 크르팔레크의 신장은 198㎝, 결승 상대 투시슈빌리의 신장은 193㎝다.

프랑스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테디 리네르의 신장은 203㎝에 달한다.

힘과 리치(팔을 뻗쳐 닿는 거리)가 김민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김민종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기술로 메웠다.

그는 체급이 낮은 선수들과 주로 훈련하면서 스피드와 체력을 끌어올렸고, 다양한 발기술을 배우며 기술 유도를 완성했다.

김민종은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도 다양한 변칙 기술을 훈련했다.

김민종이 최근 체중을 조금씩 줄이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다른 최중량급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지만, 김민종은 거꾸로 살을 빼고 있다.

그는 "체중을 줄여야 기술을 자유자재로 쓰기에 편하다"라며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태극전사가 간다 ⑨ 유도 김민종
해당 체급엔 메달 색을 놓고 싸울 경쟁자가 많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한 리네르가 가장 위협적이다.

만 35세인 리네르는 전성기 때보다 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번 올림픽이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이점을 안고 대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중량급 신성' 사이토 다츠루도 신경 써야 할 선수다.

사이토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유도에서 2연패를 차지했던 일본 유도의 영웅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로, 일본 유도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도쿄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크르팔레크, 투시슈빌리도 경계해야 한다.

러시아의 간판 이날 타쇼예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와 러시아 당국의 결정에 따라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