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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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튀르키예에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들여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다. 유럽 내 생산시설을 확충해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BYD, EU 고율 관세 우회 전략으로 튀르키예 行年15만대 생산 목표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는 BYD와 연간 15만대에 달하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계약을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통령궁에서 체결했다. BYD 신공장은 2026년 말에 생산을 시작해 약 5000명을 직접 고용할 방침이다. 또 연구개발(R&D) 센터도 함께 문을 열 계획이다. 신공장 건설 협약 자리에는 왕찬푸 BYD 회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메흐메트 파티흐 카시르 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BYD는 지난 5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관세율을 적용한 지 불과 사흘 만에 튀르키예 정부와 공장 계약을 체결했다. 튀르키예의 주요 수출 시장은 EU다. 1996년 발효된 튀르키예·EU 관세동맹에 따라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추가 관세 없이 EU에 수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에서는 현대자동차, 도요타, 르노, 포드 등이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있다. 튀르키예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이들 자동차 업체는 지난해 튀르키예에서 약 150만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BYD는 유럽 지역 고율 관세에 대응해 유럽 내 생산 공장을 마련하는 데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관세 10%에 최대 37.6%포인트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해당 조치로 중국산 BYD 전기차는 EU에서 27.4%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분석가들은 "관세는 BYD가 유럽 현지 생산을 고려할 만한 이유"라며 "동유럽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는 주요 유럽 경쟁사가 만든 자동차보다 약 25%의 비용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 BYD 유럽 생산국

튀르키예는 중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장벽도 크게 낮추며 이번 투자를 크게 반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튀르키예 정부는 중국산 수입 차량에 대한 4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련한 정책이었지만 한 달 만에 돌연 철회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일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열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이후 이뤄진 조치다. 튀르키예는 중국이 주도하는 SCO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의사를 중국 측에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외국 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카시르 장관은 8일 "(이번 BYD 거래는) 튀르키예가 국제 투자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혁신과 첨단 녹색 기술의 중심지가 될 잠재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의 광범위한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유럽 및 아시아의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도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헝가리에 이어 유럽 내 두 번째 BYD 생산국이 됐다. BYD는 2022년부터 유럽 생산 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헝가리에서는 유럽 최초의 BYD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내년 공장 완공 이후 최대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전망이다. 현재 BYD는 헝가리 내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