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현지 직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월 MS의 이메일 서비스가 러시아 배후 해커 조직으로부터 해킹당한 이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보도에 따르면 MS는 9월부터 중국 현지 직원들이 직장용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로그인할 때 애플 기기만을 사용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애플 기기에 설치된 MS의 인증 앱과 아이덴티티 패스 앱으로 신원을 확인하도록 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MS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중국 본토 전역에서 일하는 수백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MS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 지역에서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 기기 등으로 직원들이 필요한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더라도 구글의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다. 대신 화웨이나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가 만든 자체 앱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에 MS는 애플 기기를 통해서만 MS 보안 서비스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 중국 기기와 중국 앱 스토어가 MS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MS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현지 직원에게는 아이폰 15 구매를 일회성으로 지원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개인적인 용도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MS는 반복적인 해킹 공격을 받은 후 전 세계적으로 보안 강화에 돌입했다. 지난 1월 MS는 러시아 해킹 그룹 '미드나잇 블리자드'가 자사 이메일 시스템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해당 해킹으로 미국 국무부를 비롯해 미국 재향군인부, 평화봉사단, 텍사스주 노동위원회 등 수십 개의 주요 기관과 공립대학의 이메일 계정도 해킹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의회로부터 보안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MS 미래 보안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보안 시스템 개편을 약속했다.

이번 MS의 조치는 아이폰으로 말미암아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의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직원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근무지로도 번지는 모양새라서다. 지난해부터 중국 내 최소 8개 지역에서 중국 국영 기업 및 정부 기관들이 보안을 이유로 직원들이 외국산 기기를 직장으로 가져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MS가 중국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직원 700~800명에게 미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로 전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WSJ은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첨단 AI를 개발하는 중국의 능력을 억제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