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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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주가가 고전하는 가운데 임원들이 줄줄이 보유지분을 매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비등기임원인 이인희 교육지원 책임리더(상무)가 지난 4일(체결일 기준)에만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3000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주식 처분 단가는 15만9700~15만9800원이며 총 매각 대금은 약 4억7900만원이다.

2022년 말 이후 주식을 판 적이 없던 이 상무는 올 4월부터 보유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 상무는 4월 10일과 5월 27일에 각각 주식 500주와 1000주를 처분했고, 6월 19일에도 400주를 장내매도했다. 이 기간 이 상무가 확보한 금액은 3억3800만원이다.

이달 초 장내매도분까지 합하면 이 상무는 총 8억원 상당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 상무에게 남은 주식은 6주에 불과하다. 사실상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한 셈이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미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약 3억5000만원이다. 임원 평균 연봉의 2~3년치를 현금화한 것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상무는 2000년 1월부터 네이버에 재직 중이다. 사업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네이버 내 책임리더(상무~전무급 임원)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근속연수가 길다.
네이버 사옥.
네이버 사옥.
문제는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분기부터 임원들의 매도가 동시다발적이란 점이다.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주식을 팔았다'고 알린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 보고서는 무려 15차례나 제출됐다. 이 상무 외에도 2분기 들어 이희만 법무 책임리더가 4억2000만원 상당 2210주를 처분했고, 하선영 사업·서비스 책임리더의 경우 1억5800만원어치 1000주를 처분하는 등 네이버 임원의 장내매도가 줄을 이었다.

이 기간 임원들이 내다 판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8억8000만원에 달한다.

장기 근속자를 비롯한 임원들의 매도 행렬에 시장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원들의 매도는 일반적으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신호로 비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회사 속사정을 깊이 아는 '내부자'가 자기 회사 주식을 팔았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주가 하락기에 임원들 매도 행렬이 분위기를 더 흐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 주가는 연초 이후 약 24% 하락했다. 이달 2일에는 장중 한때 15만9600원까지 밀려 최근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라인야후 사태'로 해외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92억원, 282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만 6632억원 매수우위다.

증권가에서도 이미 눈높이를 낮춰잡고 있다. 이달 들어 네이버 종목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11곳은 전부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했다. 커머스와 콘텐츠 등 핵심 사업부문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빅테크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 공세를 맞닥뜨린 상태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국내 업체와 손 잡고 쇼핑 전용 기능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은 개인 투자자가 성토하는 장이 됐다. 주식 보유자라고 밝힌 누리꾼들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임원들은 하필 이 시기에 팔아야 했나", "임원들 주식 내다파는데 회사는 주가 관리도 안 한다", "어느 악재에도 성장성 하나 믿고 꼭 쥐고 있었는데 내부자들이 줄매도하니까 흔들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기업 내부자는 일반 투자자에 비해 정보우위에 있는 만큼 회사의 실질가치를 판단할 만한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며 "자신의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 주가를 고평가 상태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