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가운데 현지 투자 전문가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상승세를 주도한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지수 급락 우려가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빅테크 주가끼리 ‘동조화 현상’이 옅어졌고 투자자 관심이 다른 정보기술(IT)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에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다.
S&P500 사상 최고치 행진…'엔비디아 의존' 여부 설왕설래

○157% 몸집 키운 엔비디아

S&P500 사상 최고치 행진…'엔비디아 의존' 여부 설왕설래
9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S&P500지수 내 시가총액에서 엔비디아 비중은 6.62%를 기록했다. 수치 자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7.31%), 애플(7.13%)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들 기업 주가가 올 들어 각각 22.1%, 15.33% 상승하는 동안 엔비디아는 157.4% 올랐다. 시총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 3사가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까지 높아졌다. S&P500 500대 기업의 전체 시총은 46조190억달러(약 6경3520조257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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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가 20%를 넘어서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5월이다. 당시 투자 전문가들은 특히 엔비디아 성장세에 우려를 표했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이후 S&P500 시총 증가분의 35%가 엔비디아 한 종목에서 나왔다”며 “엔비디아가 계속 상승하면 괜찮지만 하락하기 시작하면 S&P500지수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 20일부터 3거래일간 12.89% 급락 구간이 나타나며 더욱 거세졌다. 폴 윅 셀리그먼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당시 주가 흐름을 두고 “엔비디아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회사이고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며 “특정 고객 의존도가 매우 낮고 그 수도 훨씬 많은 MS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려 단계 아냐…의존 기준 바꿔야”

하지만 월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섣부르다는 의견도 많다. 엔비디아가 S&P500지수를 흔드는 광경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경제 매체 배런스는 지난달 초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이 0.94%에 그치는 동안 S&P500지수는 8거래일 중 6일간 올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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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애플 주가 상승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은 지난달 10일부터 5거래일간 12.19% 뛰었다.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인 AI 시스템이 올해 고전하던 주가를 반전시켰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더의 크레이그 존슨 수석시장전략가는 “애플 강세는 S&P500지수뿐만 아니라 나스닥지수까지 신고점으로 끌어올렸다”며 “빅테크 주가가 반드시 엔비디아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 랠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상위 빅테크의 주가 동조화 현상이 옅어지면서 지수 급락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지수를 받칠 다른 기술주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유명 차트 분석가인 프랭크 카펠레리는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XLK)’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 상승 흐름을 주목했다. 그는 “XLK는 지난달 11일 S&P500지수가 최고점을 찍자 2.21% 상승했는데, 엔비디아 외에도 구성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동시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존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마이클 모부신 모건스탠리 매니징디렉터는 “이상적인 의존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어쩌면 지금까지 빅테크 의존도가 너무 낮지 않았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