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 만개한 도심 속 전시장…"인간 때문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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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그룹전 '피곤한 야자수'
식물 관점에서 바라본 착취의 역사
오스트리아 후원, 모로코 르큐브 공동 주최
식물 관점에서 바라본 착취의 역사
오스트리아 후원, 모로코 르큐브 공동 주최

어딘가 기운 없는 이들은 국내외 8개 작가 그룹이 참여한 전시 '피곤한 야자수'의 일부다. 기후변화와 식민주의, 인간의 욕망 등 전 지구적 문제들을 식물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조용히 살아가던 야자수를 피곤하게 만든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가정용 식물을 활용한 설치작업부터 사진, 영상, 회화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들이 저마다 경종을 울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자수의 일부를 천으로 재구성한 로스비타 바인그릴의 설치작품을 헤치고 나아가면, 밑동만 남은 숲을 그린 장종완 작가의 '적외선 회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연방 정부가 후원하고 모로코의 르큐브-독립예술공간이 공동 주최했다. 2019년 오스트리아, 2022년 모로코에서 각각 열린 전시에 이은 세 번째 에디션이다. 기존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6명에 더해 국내 작가 신미정, 장종완이 합류했다.

마르쿠스 바이차허 포룸 슈타트파르크 큐레이터는 "오스트리아 빈 외곽으로 여행을 하던 중, 한 동네에서 남미 이민자들이 심어 놓은 야자수가 집집마다 있는 낯선 광경을 보고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주와 이민의 문제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전시 장소를 옮길 때마다 현지 작가들과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을 찾은 수잔네 앙거홀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부인은 "한국 작가 두 명이 합류하면서 프로젝트가 한층 깊어진 것 같다"며 "정치·사회·생태·역사적 문제에 대해 우리가 조금 더 알아보고 인식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안시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