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미·중 무역 분쟁 등이 재발할 수 있어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사진)은 9일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1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변동성이다"며 "경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탈세계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에서 변동성지수(VIX)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해 미·중 무역 분쟁이 재발할 경우 중국 증시와 연동성이 높아 동반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재임 당시 무역 분쟁이 격화하며 한국과 중국 증시의 상대적인 부진이 심화됐다"며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 특히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봤다"고 짚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018년 최고 2600선까지 올랐으나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2019년 최저 1890선까지 내렸다.

다만 현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았다.

반면 미국 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1기 시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일부 변동성은 있었으나 트럼프 취임 이후 2100선에서 3700선까지 올랐다.

다만 당시 업종별로는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려 이번에도 양극화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1기 시절 정보기술(IT), 경기소비, 금융 관련주는 올랐으나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필수소비 업종은 크게 내렸다"며 "현재도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사기라고 말하는 등 친환경 산업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쪽 업종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탈세계화와 관련해서도 "냉전 종식 이후 펼쳐진 세계화의 흐름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다"며 "탈세계화에 따른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기 기자 remi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