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창업자 검찰 첫 소환…카카오 '사법리스크' 최고조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9일 검찰에 처음으로 소환되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김 창업자 소환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 외에 바람픽처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해외 사업 등 카카오의 경영 활동과 쇄신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앞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작년 11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3월 보석 석방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가 이것만이 아니란 데 있다.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른바 '콜 몰아주기' 사건과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살피고 있다.

검찰이 김 위원장 소환을 계기로 다른 사건들에 대한 조사까지 본격화하면 카카오의 경영은 한동안 '시계 제로' 상태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난달 신설한 인공지능(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통한 생성형 AI 등 신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애초 카카오는 작년 상반기 중에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회사 존립을 흔드는 일이 연달아 터지면서 발표 시점이 계속 늦춰졌고 결국 대외 공개는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카카오가 작년 말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치와 지난 2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개편 등을 통해 진행 중인 쇄신 작업도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다.

또, 주요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이에 따른 출국금지 등 영향으로 해외 사업도 장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사법리스크 여파로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최악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될 경우 카카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카카오가 쇄신도, 대외 리스크 해소도 못한 채 중간에 멈춰버린 상태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라며 "심각한 대주주 리스크가 여러 건이어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위 학장은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업계가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기소든 불기소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