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밴드 '동네 밴드' 서비스/사진 출처=네이버 제공, 네이버 밴드 캡처
네이버 밴드 '동네 밴드' 서비스/사진 출처=네이버 제공, 네이버 밴드 캡처
"취미를 찾기도 함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는데 밴드를 통해 동네 친구를 찾아서 좋아요."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최근 네이버 '동네 밴드' 서비스를 통해 소모임에 가입했다. 그는 "거주지와 나이대 중심으로 어떤 동호회와 모임들이 있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며 "영화와 연극을 함께 보거나 보드게임, 배드민턴, 양모펠트 등을 함께하고 있는데 동네 사람들이다 보니 끝나고 맥주 한 잔 먹는 재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지역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기존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네카오가 가입자 거주지 기반으로 경험 및 소비하는 이른바 '하이퍼로컬'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것은 향후 성장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약 20% 성장해 3조6343억달러(약 4332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지난 5일 전국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밴드들을 지역별로 볼 수 있는 '동네 밴드'를 출시했다. 기존 네이버 밴드 서비스를 지역 기반으로 세분화해 멤버가 6명 이상인 밴드 리더가 동네 밴드로 등록해 이웃 사용자에게 알릴 수 있는 서비스다. 동네 밴드를 등록할 때 소모임, 지역 상점, 단체 등 3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밴드 상세 주소를 입력하면 지도에 모임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네이버가 처음 지역 기반 서비스를 확장한 것은 2020년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웃서비스' 새롭게 선보이면서다. 오픈 당시 지역 기반 카페 이용 횟수는 11개월 전보다 약 54% 증가했고 콘텐츠 생산량 역시 11%가량 늘었다. 네이버는 이듬해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에 '우리 동네' 서비스 네이버 카페 '이웃톡' 서비스를 추가하며 로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로컬 탭/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로컬 탭/사진=카카오톡 캡처
카카오도 올해 3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의 연동 서비스를 종료하고 '로컬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카카오는 우선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수정구를 대상으로 '동네 소식'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 카카오톡 친구 탭에서 내 주변 매장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로컬 탭에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용자들은 로컬 탭을 통해 자신이 위치한 지역과 관련된 관심사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오픈채팅을 추천받는다.

사용자의 현위치에 따라 해당 지역의 탭이 노출되는데 '와글와글 동네광장', '주목할 만한 지역 소모임', 지역과 구를 기반으로 한 '현지인 추천 맛집', '지역 채팅방' 등이 활성화됐다.

카카오는 과거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역 기반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거듭 강조해 왔다. 홍은택 당시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3·4분기와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 로컬 서비스들은 카카오 맵과의 결합을 통해 서비스 간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비즈니스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동네 소식과 톡 채널 등 로컬 서비스가 카카오 내에 자리 잡으면, 이용자들은 가장 먼저 동네 소식에 있는 지도를 확인하게 될 것이고 카카오맵, 오픈채팅과 같은 다양한 지면에서 광고주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로컬 패키지 광고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가 당근과 경쟁구도를 이루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선보인 서비스는 당근의 '동네 맛집·생활', 구와 동 별로 또래 친구와 취미 모임을 찾을 수 있는 '모임 둘러보기', '취미, 클래스'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다.

다만 네카오의 이런 움직임에도 아직 당근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날 모바일인덱스 따르면 중고거래 앱에서 로컬 커뮤니티 서비스로 개편한 당근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지난 4월 기준 1711만832명에서 5월 1712만3994명, 지난달에는 1733만3850명으로 매달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밴드의 지난달 MAU는 1779만2052명으로 전달(1812만6622명)보다 줄었다. 카카오톡 또한 같은 기간 4542만5054명으로 올해 상반기 동안 11만5313명 줄었다.

당근 관계자는 "현재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는 당근의 '동네생활' 서비스가 전국 오픈된 시점은 2020년 9월이지만, 당근은 2015년 판교장터 시절부터 중고거래 게시판, 나눔 활동 외에도 커뮤니티 게시판이 활발하게 운영됐었기에 그 당시부터 하이퍼 로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이웃 간의 더욱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동네생활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