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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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본회의를 통과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과거 재의요구 당시 정부가 위헌 사유로 지적했던 사항들이 거의 수정되거나 보완되지 않아 위헌성이 더욱 가중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사진)은 9일 국무회의 종료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법 수호적 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본 법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인권 보장과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통해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며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5월에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위반, 특검의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 해소, 국민의 인권 침해 등 심각한 위헌성을 이유로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해 부결된 바 있다”며 “이번 특검법은 그로부터 불과 1개월여만에 특검 임명 간주 규정, 기존 기소된 사건의 공소 취소 규정, 준비 기간 중 수사 방해 규정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한 규정들이 추가돼 위헌성이 더욱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특히 ‘임명 간주’ 규정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한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형해화했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기한 내 미임명 시 임명이 간주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은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재판 진행 중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 역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법무부는 판단한다. 검사 또는 군검사의 공소권은 행정권의 일부로 정부의 권한이며, 법적 효과가 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에서다. 검찰청법 등에는 공소제기를 한 검사·군검사 및 그 지휘감독권 체계에 따라 공소취소권을 가진 자만이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의안으로 상정할 때 필요 기간으로 돼 있는 20일의 숙의 기간도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하고, 여당과 충분한 협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입법 청문회만 거친 후 수적 우위만으로 강행 통과됐다”며 절차적 부당성도 짚었다. 다수당의 정파성이 입법부의 숙의 절차를 집어삼켜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훼손했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국회의 숙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법안들의 위헌 요소를 다수 지적하며 재의요구해 부결된 바 있음에도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 없이 절차적, 내용적으로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을 반복해서 의결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의 진상 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실로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검에 의한 실시간 브리핑, 과도한 수사 인력·기간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와 막대한 혈세 투입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특검법의 실시 기간은 최장 150일로 역대 최장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