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 위로 붙이고 뿌리고 새기고…한중일이 만든 '시간의 예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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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중국 국가박물관과 공동 전시
故 이건희 기증 이층 농·보물 나전경함 등 '명품' 46건 한자리에 옛사람들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널리 써왔다.
옻칠한 나무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했고 쉽게 부패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깊고 아름다운 윤기를 바탕으로 한 옻칠 문화를 꽃피웠다.
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독특한 멋을 살려낸 삼국의 칠 공예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특별전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를 특별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일상의 공예품부터 현악기까지 14∼19세기에 제작된 칠기 유물 46건을 모은 전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언론 공개 행사에서 "칠기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내고 우리에게 온 시간의 결정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붙이고 뿌리고 새기는' 방식으로 만든 다양한 칠기를 만날 수 있다.
영롱한 빛깔로 최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나전칠기는 '붙여' 만드는 칠기다.
나전칠기는 전복, 조개 등의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무늬를 장식한다.
고려 후기에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인 보물 '나전경함',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이층 농, 머리 장식과 비녀 등을 보관하던 빗접 등이 소개된다.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일본에서 환수해 기증한 나전경함은 모란·넝쿨 무늬가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6점 정도만 남아 있어 귀한 유물이다.
전시를 준비한 전인지 학예연구관은 "다채로운 색보다는 담담한 무채색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이 허락했던 유일한 화려함이 나전칠기의 영롱함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칠공예 기법인 마키에(蒔繪)도 만날 수 있다.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를 거치며 발전한 마키에 기법은 옻칠한 기물 위에 금가루를 정교하게 가공해 뿌리는 방식으로 장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인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못 무늬 경전 상자,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상자 등이 전시된다.
말을 탈 때 허리를 받치는 안장과 발걸이, 장신구를 보관하는 통에도 마키에 칠이 된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고대부터 수천 년 동안 옻칠 기술을 이어온 중국의 경우,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뒤 겉면을 깎거나 새기는 조칠기(彫漆器) 유물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구름무늬와 넝쿨무늬 사이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번갈아 보이는 명나라 시기 탁자, 검은 칠을 한 뒤 뒷면에 '중화'(中和) 글자를 새긴 현악기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붉은 옻칠을 두껍게 칠한 뒤 다양한 무늬를 정교하게 새겨 넣은 상자는 청나라 건륭제(재위 1735∼1796) 시기에 만들어진 조칠 공예품 중에서도 정수로 꼽힌다.
천리(陳莉) 중국 국가박물관 부관장은 중국 칠기와 관련해 "깊고 함축적이며, 차분하고 우아하며, 중후하고 풍부한 감성적 특징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전시는 한일중 3국의 국립박물관이 2년마다 주최하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선보인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 한국·일본·중국' 이후 약 6년 만에 열리게 됐다.
코로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처음으로 대면으로 모인 세 박물관은 앞으로 문화 교류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전했다.
지난 2022년 중국 국가박물관이 공동 전시를 열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표를 게시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협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관장은 "박물관장 회의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상호 규정이나 체계 등을 통해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연합뉴스
故 이건희 기증 이층 농·보물 나전경함 등 '명품' 46건 한자리에 옛사람들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널리 써왔다.
옻칠한 나무는 습기와 병충해에 강했고 쉽게 부패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깊고 아름다운 윤기를 바탕으로 한 옻칠 문화를 꽃피웠다.
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독특한 멋을 살려낸 삼국의 칠 공예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특별전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를 특별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일상의 공예품부터 현악기까지 14∼19세기에 제작된 칠기 유물 46건을 모은 전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언론 공개 행사에서 "칠기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내고 우리에게 온 시간의 결정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붙이고 뿌리고 새기는' 방식으로 만든 다양한 칠기를 만날 수 있다.
영롱한 빛깔로 최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나전칠기는 '붙여' 만드는 칠기다.
나전칠기는 전복, 조개 등의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무늬를 장식한다.
고려 후기에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인 보물 '나전경함',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이층 농, 머리 장식과 비녀 등을 보관하던 빗접 등이 소개된다.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일본에서 환수해 기증한 나전경함은 모란·넝쿨 무늬가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6점 정도만 남아 있어 귀한 유물이다.
전시를 준비한 전인지 학예연구관은 "다채로운 색보다는 담담한 무채색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이 허락했던 유일한 화려함이 나전칠기의 영롱함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칠공예 기법인 마키에(蒔繪)도 만날 수 있다.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를 거치며 발전한 마키에 기법은 옻칠한 기물 위에 금가루를 정교하게 가공해 뿌리는 방식으로 장식하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인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못 무늬 경전 상자,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상자 등이 전시된다.
말을 탈 때 허리를 받치는 안장과 발걸이, 장신구를 보관하는 통에도 마키에 칠이 된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고대부터 수천 년 동안 옻칠 기술을 이어온 중국의 경우,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한 뒤 겉면을 깎거나 새기는 조칠기(彫漆器) 유물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구름무늬와 넝쿨무늬 사이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번갈아 보이는 명나라 시기 탁자, 검은 칠을 한 뒤 뒷면에 '중화'(中和) 글자를 새긴 현악기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붉은 옻칠을 두껍게 칠한 뒤 다양한 무늬를 정교하게 새겨 넣은 상자는 청나라 건륭제(재위 1735∼1796) 시기에 만들어진 조칠 공예품 중에서도 정수로 꼽힌다.
천리(陳莉) 중국 국가박물관 부관장은 중국 칠기와 관련해 "깊고 함축적이며, 차분하고 우아하며, 중후하고 풍부한 감성적 특징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전시는 한일중 3국의 국립박물관이 2년마다 주최하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선보인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 한국·일본·중국' 이후 약 6년 만에 열리게 됐다.
코로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처음으로 대면으로 모인 세 박물관은 앞으로 문화 교류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전했다.
지난 2022년 중국 국가박물관이 공동 전시를 열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표를 게시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협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관장은 "박물관장 회의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상호 규정이나 체계 등을 통해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연합뉴스